사회 사회일반

지성·지평 합병 막전막후

'물과 기름'성향 탓에 협상 초반 어려움도<br>대표·법인명칭 싸고도 양측 한때 힘겨루기<br>단점보다 장점 이끌려 100여일만에 전격합의

법무법인 지성과 지평이 최근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하고 3세대 대형 로펌 출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평소 물과 기름의 관계로 평가받던 두 로펌의 짝짓기는 업계에서도 전혀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만큼 숱한 뒷얘기를 남기고 있다. 처음 합병얘기가 나온 것은 지난 2월초. 서로 만나 궁합을 확인하고 최종 조인식에 이르기까지 걸린 기간은 100여일에 불과하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것은 양측이 서로를 그만큼 간절히 원했다는 얘기다. 지성의 강성 변호사는 “대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전 조사를 거쳐 지평을 최우선 대상에 올랐으나 순혈주의가 심하다는 주변의 우려 등에 주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밝혔다. 지평의 양영태 변호사도 “지난해 말부터 합병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면서 “한때 세종의 제안이 있기도 했지만 이를 거절한 채 국내 30여 로펌을 물색한 끝에 지성을 첫 순위에 꼽고 있었다”고 말했다. 먼저 합병 의사를 타진한 것은 지평이였다. 강 변호사는 “주저하고 있던 차에 양 변호사의 전화를 받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인지 합병 논의는 급물살을 타며 재빠르게 진행됐다.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지난달 중순. 큰 틀의 합의를 봤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힘겨루기가 발생했다. 대표변호사를 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평은 조용환 대표의 1인 체제인데 반해 지성은 강 변호사, 주완 대표와 올해 새롭게 영입한 이호원, 박동영 변호사까지 대표 직함을 가진 사람만 4명이나 됐다. 합병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인 강 변호사는 결국 본인이 대표직에서 내려오면서 다른 3명을 대표로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평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였고 조 대표와 양 변호사 2명이 통합 로펌의 대표로 이름을 올려 통합 로펌은 총 5인의 대표 체제로 구성됐다. 다음으로 걸림돌이 된 것은 통합법인의 명칭이다. 여기에선 지성이 먼저 양보했다. 역사가 앞선 지평의 이름을 앞에 놓고 ‘지평지성’으로 하기로 한 것. 대신 영문 명에는 지성이 앞으로 와서 ‘JisungHorizon’이 됐다. 합병을 선언하고 난 후 두명의 변호사 모두 곳곳에서 양측의 통합 기류가 엿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강 변호사는 “최근에 우리는 러시아 일을, 지평은 필리핀 일을 새로 하게 됐는데 공교롭게 양측이 이미 그쪽 분야에 해박하고 전문가도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고, 지성이 근래 새로 얻은 강북 사무실도 지평의 바로 옆 건물이었다”며 “모든 것이 하늘의 계시인 듯하다”고 웃었다. 이제 두 로펌이 법적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 남은 절차는 그리 많지 않다. 로펌은 일반 기업과 달리 인적 자산이 대부분이어서 전산서버나 공증사무소 통합 등의 실무적인 작업만 거치면 된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강 변호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한ㆍ중ㆍ일 로펌이 살아야 영ㆍ미 로펌에 점령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아시아 대표 로펌이 되겠다”며 “중국의 킹앤우드, 일본의 니시무라처럼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이후 아시아 로펌들끼리 연합체룰 구성해 외국계 로펌의 진입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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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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