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와 만난 한 중소기업 관련 기관장의 말이다. 대부분 후보들이 하나같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는 공약부터 내세운 나머지 면밀한 중기 지원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 지원 공약에 대해 떨어지는 구체성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동감한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90% 가까이가 속해 있는 중소기업들은 거의 벼랑 끝에 몰린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나타난 내수 부진, 금융시장 위축으로 인한 자금경색, 원화강세로 인한 수출 부진 등 현재 중소기업들은 장기 불황 앞에 냉가슴만 앓고 있다.
게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제조업체 1,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업황 전망을 보여주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8.0으로 기준치(100) 미만을 기록, 내년도 업황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에게 "지금 주변 업체들은 현 경기상황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호소하던 한 영남권 제조업체 사장의 말이 절대 지엽적인 의견이 아닌 이유다.
이제 여야가 오랫동안 팽팽한 접전을 펼쳤던 대선도 끝이 났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민주주의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새 정부는 승리의 축배를 들기 앞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최대한 빨리 실행할 수 있도록 중기 대책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이것저것 두서없이 나열되기만 한 관련 공약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고 중소기업들에 당장 시급한 현안부터 풀어나갈 의지를 보여야 한다. 새 정부는 국내 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확실히 지켜 MB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반복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