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미FTA때 방송시장 개방도 '빅딜'하나

방송계, 최종협상 앞두고 바짝 긴장<br>협상단 "美요구 수용 중립적 검토"에 좌불안석<br>케이블등 "거대자본에 국내산업 종속" 강력 반대<br>일부 "이미 해외물 많아 문화정체성 훼손 안될것"


지난 18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서 마련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발효 기념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한미FTA반 대 구호가 적힌 선전물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있다.

한·미FTA때 방송시장 개방도 '빅딜'하나 방송계, 최종협상 앞두고 바짝 긴장협상단 "美요구 수용 중립적 검토"에 좌불안석케이블등 "거대자본에 국내산업 종속" 강력 반대일부 "이미 해외물 많아 문화정체성 훼손 안될것"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지난 18일 서울 보신각 앞 광장에서 마련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발효 기념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한미FTA반 대 구호가 적힌 선전물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앞두고 방송계가 잔뜩 긴장해 있다. 미국 측이 방송ㆍ통신시장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고위급 최종단계 협상에서 방송시장 개방이 이른바 '빅딜'의 대상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공산품과 달리 문화적 상징성과 파급성을 갖고 있는 방송시장 개방이 국내에 미칠 영향력은 만만찮다. 이혜민 한미FTA 기획단장은 일단 지난 주 "방송 분야 이견 조정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측이 개방을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마지막 협상 타결시점에 드러날 실체를 놓고 방송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방송업계 "개방 절대 불가"=한ㆍ미 FTA를 둘러싼 방송계의 움직임은 농업 등 여타 분야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됐다. 지난해 6월 1차 공식 협상이 시작됐지만 언론노조의 반대 등을 제외하면 10월 국정감사에서 방송시장 개방 우려가 나온 정도다. FTA 협상테이블에서도 11월 4차 협상에서야 미국 측이 '현재유보'(기존 규제는 받아들이지만 향후 정부가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추가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를 들고 나오며 시장개방 문제가 제기됐다. 본격적인 시장 개방 우려는 지난 9일 리처드 파슨스 미국 타임워너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CNN 한국어 방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불거졌다. 케이블 업계는 연일 시장개방 반대 성명을 각 채널을 통해 발표하고 시위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강력한 대응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상단 측은 방송시장 개방 여부에 대해 일단 미국 측이 들고 나온 방송시장 '현재유보'를 일단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김영모 한미FTA 협상단 서비스분과장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외국인 지분 제한 완화나 쿼터 축소 같은 규제 완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계획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현재유보'는 약속해 줄 수 있다. 단 IPTV를 비롯한 방통융합 서비스 등 법제화 안 된 부분은 '미래유보'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주 고위급 협상에서 방송 분야가 어업, 해운 분야와 '빅딜'로 연결돼 있어 방송 분야만의 일방적 개방 여부 결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끝까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고위급 협상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어 반대입장 견지 외에는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단의 '현재유보' 방침엔 위원회로서도 별다른 이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개방 파장 견해는 제각각=방송업계 전반적으로는 방송시장이 개방될 경우 국내 열악한 방송자본이 당장 '쓰나미'를 맞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처지에 따라 속내는 약간씩 다른 형태를 노출하고 있다. 방송계 절대강자인 지상파TV는 완전개방에는 반대하지만 태도가 그리 적극적이진 않다. 이미 케이블 해외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더러 국내 제작물 편성 쿼터가 완화돼도 당장 국산물을 밀어낼 상황은 아니다. 다만 자회사를 통해 뉴미디어 시장에서 발휘해 온 영향력이 줄어들 수가 있다는 우려와 해외 거대 자본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갖게 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황 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로서는 해외 자본은 물론이고 뉴미디어를 타고 들어오는 대기업, 통신자본 등 또다른 경쟁자들과 상대해야 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블, 특히 채널사업자(PP)에게 시장 개방은 당장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급박한 위기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주요 PP들이 자체 콘텐츠가 열악해 아직도 해외 콘텐츠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해외 자본이 직접 들어올 경우 설 땅은 더 좁아진다는 논리다. '한미FTA 방송개방 저지를 위한 케이블TV 비장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송창의 tvN 대표는 "해외 거대 미디어 자본이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들어올 경우 국내 방송산업 자체가 해외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일각에선 해외 미디어가 우려하는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긴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드라마를 위시한 해외 콘텐츠가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의 대세가 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본 침투가 국내 미디어 자본에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이미 국내 PP가 수많은 해외 콘텐츠를 방송하고 있고 국내 콘텐츠의 절대적 우위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7/03/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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