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문화:45·끝/기업문화 취재기자 방담(재벌)

◎기업문화가 무한경쟁시대 생존좌우한다/제품보다 문화자체가 마케팅 핵심요소 부상/모든 구성원 가치관 공유 강도여부가 기업 흥망직결/최고경영자 경영이념이 뚜렷해야만 문화도 탄탄/21C경제환경 변화대응 이미지 변신 급속확산/그룹마다 특성 제각각 「일류」 판단잣대 투자 속속 확대「대하기획 재벌」시리즈의 「제6부 기업문화」가 이번 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96년 4월 19일 「프롤로그」로 부터 시작된 이 시리즈에서는 그동안 40개 그룹의 다양한 기업문화를 심층 분석, 관심과 투자가 별로 없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문화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시리즈는 다양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고, 해당그룹 스스로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던 문화를 정립시켜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특히 심각한 불황돌파의 새로운 전략으로 기업문화가 새삼 부각되면서 이 시리즈에 대한 대내외 평가를 높였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엮어온 취재기자들의 방담으로 기업문화의 의미와 인식, 그룹별 특성과 차이점, 취재 뒷얘기를 통해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살펴본다.<편집자주> □참석자 사회=박원배 차장대우 김희중 기자 민병호〃 이의춘〃 이용택〃 채수종〃 고진갑〃 권구찬〃 한상복〃 정승량〃 홍준석〃 박형준〃 ◇일시=9월 4일 ◇장소=본사 편집국 ­우선 이 시리즈의 의미를 갖고 얘기를 풀어보지요. ­「기업문화」시리즈는 어느 언론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기업에 대한 평가와 분석은 회장 등 인적구성이나 매출규모, 사업구조 등 하드위주 파악에 중점을 두어왔습니다. 소프트 측면에서 기업을 다루고, 기업문화를 다룬 것은 처음이며,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고 봅니다. ­새로운 시도였던만큼 호응도 높았습니다. 삼성, 현대 등 대표적인 몇몇 그룹이 나름대로 기업문화를 갖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았습니다. 기업에 있는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는데 이들 그룹들의 문화를 정립해 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입니다. ­한솔을 비롯한 신흥그룹들의 기업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기회가 됐다고 봅니다. 한솔그룹의 경우 이인희고문이 미국에서 신문을 받아보고 전사원들이 모두 볼 것을 지시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최대한 몇천부를 구했지만 모자라 스스로 동판을 만들어 추가로 6천부를 제작해서 사보와 함께 공급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성그룹도 자신들의 문화를 잘 표현했다며 수천부를 구해 「교육자료」로 쓰기도 했지요.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의의는 역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문화경영」이란 말이 있듯 기업들이 갈수록 문화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투자도 적극적 입니다.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잘 드러낸 우수갯 얘기가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아의 독특한 문화는 아무리 삼성이라도 이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죠. ­지금까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볼 때 결론적으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게 있어요. 기업문화는 일류기업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지요. 기업문화가 시대흐름에 맞고,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업일 수록 강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지요. 이제 기업문화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기업문화의 구성요소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까요. ­우리나라 그룹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업문화의 구성요소는 크게 세가지라고 봅니다. 첫째가 총수의 경영관, 둘째는 사업구조, 세번째가 역사라고 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최고경영자의 경영관이지요. 이것이 강하게 표출되는 곳으로는 창조, 도전, 희생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대우를 꼽고 싶군요. 이는 김우중 회장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지요. 최고경영자의 경영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문화가 제대로 서지 않게 됩니다. ­기업의 역사가 짧아 아직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곳도 많지요. 임직원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가치관을 찾지 못하고 있었고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회사도 많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삼성의 문화는 연구해볼 가치가 있어요. 삼성이 강한 문화를 갖게 된 것은 사내방송을 이용해 경영층의 생각을 전사원들과 공유하게 되는 것이 큰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최근 몇차례 「대형사건」에서 삼성은 사내방송을 통해 전임직원들의 생각을 통일했고, 이를 통해 흔들림없이 대처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내부를 설득시키지 않는 문화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거평그룹은 빠른 성장속에서 다양한 회사들이 결합하면서 이질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공통의 문화를 형성하려면 같은 장소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무실 통합을 이루었습니다. ­문화는 영어로 Culture인데 여기에는 「배양한다」는 뜻도 있습니다. 국내기업은 아직 배양한 컬러가 없는 것 같아요.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도입되고 세계경제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지주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말 그대로 극한경쟁 시대입니다. 이를 헤져나가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모티브, 버팀목이 필요하지요. 기업들의 문화강조는 상품을 파는 시대에서 기업이미지는 파는 시대로의 변화에 맞게 새로운 틀을 짜는 방편이 되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은 이제 막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한국기업은 창업자의 경영관이 비젼보다는 인화 등 한가족임을 강조하다 보니 국제경쟁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에게까지 그 기업의 문화를 강요하고 테두리에 편입시키려다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어요. 이는 세계화를 필수요건으로 하는 시대적 추세에 맞지 않는 모습이지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도 비슷한 말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은 하나하나의 제품보다는 문화 자체가 세일즈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것이지요. 기업문화나 철학을 마케팅과 연결해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확인된 새로운 얘기를 해볼까요. 우선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문화를 많이 발견했다는 것을 들고 싶군요. 롯데그룹은 호텔, 백화점, 놀이동산 등 외양으로 보면 어느 그룹보다 화려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우 보수적이며 소박합니다. ­현대자동차의 직원이 책을 썼는데 현대문화를 단무지(단순무식)나 노가다문화라고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신문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펴더군요. ­현대는 투박할지 모르지만 순박합니다. 맥주보다는 막걸리에 가깝지요. 우리가 이 시리즈에서 추구했던 것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을 관리의 삼성이라고 부르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추진력도 매우 강합니다. 한라그룹은 현대의 위성그룹으로 생각하면서 비슷하게 여기지만 실제로 한라 사람들은 이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LG그룹을 취재하려고 했을때 이 회사는 황소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다가갈수록 황소 보다는 축구단 상징동물로 쓰였던 치타에 더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2세체제와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업문화는 적극적인 형성노력이 필요합니다. 한솔과 새한은 둘다 삼성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왔는데 지금은 서로 다른 평가를 받고 있지요. 한솔은 91년말 전주제지를 모태로 출발한 뒤 청년정신을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좋은 기업이미지를 가진 5대기업안에 들어설만큼 확고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문화적 변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단연 LG와 한솔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한화그룹도 요즘 그룹 이미지 광고를 통해 「화약냄새」를 없애고 있습니다. ­최근 그룹광고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촛점을 맞추었다면 요즘에는 기업의 경영이념, 문화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른 현상이라고 봅니다. ­동양화학편에 1원을 벌기위해 천리를 간다는 개성상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된 재미있는 예를 들어볼까요. ­동양화학은 이제까지의 취재경험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경우입니다. 몇일 꼬박 매달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지요. 그들이 내세우는 문화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이 바로 개성상인의정신입니다. ­철강업계의 문화는 지독할 정도로 짠돌이 문화입니다. 한보나 강원산업, 동국제강 등 대부분이 그렇죠. 동국제강은 초등학교 건물을 그대로 쓰고 있으며 한보도 아파트 상가건물에서 살았습니다. 반면에 동국제강을 보면 상하관계가 형님아우하는 사이로 지내고 간식을 챙기는 상사가 따끈한 빵을 사다주기 위해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는 끈끈한 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가족같이 따뜻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에 항구적 무파업선언도 가능했다고 봅니다. ­풍산이나 대한전선같은 비철금속업계도 소비재보다는 산업재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보니 철강업계와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풍산의 유교주의 문화는 독특합니다. 신원, 벽산, 이랜드 등은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한가족으로 묶고 동질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내 기업들도 환경변화에 맞춰 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기업문화의 성패는 곧 기업의 흥망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요. 계속해서 기업문화를 추적하고 이와 관련된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것입니다. ­기업들이 문화적 측면에서 다시한번 확인하고, 점검해야 할 것은 기업문화의 혼재현상입니다. 기업문화는 총수, 사업구조, 역사라는 삼각구도에서 탄생하는데 지금상황은 모든것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총수가 2세나 3세로 바뀌고 있고, 정보통신이나 유통 쪽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역사도 이제 막 만들어 가는 단계입니다. 끝으로 계속 이어질 시리즈를 위해 개선점을 찾아보지요. ­문화라는 실체가 없는 것을 쓰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 기업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랜시간 공을 들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점도 차후에 개선해야 할 점으로 봅니다. 총수에 너무 치우치거나 몇몇 사람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피상적으로 접근한 것도 문제였지요.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기업인들에게 받아들여졌는지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했습니다. 또 해당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는 조정자 역할을 소홀히 한점도 아쉬움으로 남는군요. ­재벌과 가벌에서부터 기업문화까지 경제지로서 사상 초유의 장기 시리즈를 이어왔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것같은 재벌을 일반인들과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는 데 대해 긍지를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앞으로 좀더 참신하고 충실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합시다.<정리=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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