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가 급락하고 국제유가가 폭등했다. 미 재무부가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투입하기로 한 대규모 공적자금이 재정적자를 가중시켜 경제침체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을 압도했다. 미국이 약속한 공적자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으며 블룸버그통신은 국채(TB) 발행으로 이를 조달하려면 내년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2차대전 이후 최대인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최근의 일시적인 달러 강세가 끝나고 추세적으로 다시 하락 반전할 것으로 관측했다. 2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치는 1유로당 1.4839달러로 지난주 말의 1,4474달러보다 2.5%나 급락했다. 이날 낙폭은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치다. 미 재무부가 투입했거나 투입할 예정인 공적자금은 금융권 부실자산 인수 7,000억달러를 포함해 모두 1조8,000억 달러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제금융이 재정수지 악화만 낳을 뿐 금융시장 경색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달러 약세를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1유로당 1.5달러대 재돌파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수석 이노코미스트는 “금융권 부실을 털기 위해 투입하는 7,000억달러가 신용위기를 당장 멈추지 못한다”며 “시장 구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자 국제유가는 패닉에 가까운 폭등세를 보였다. 이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주 말보다 무려 16.37달러(15.7%) 오른 120.92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한때 1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제유가의 하루 변동폭은 1984년 선물시장 거래 이후 사상 최대치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372.75포인트(3.27%) 급락한 1만1,015.69포인트, 나스닥지수는 94.92포인트(4.17%) 떨어진 2,178.98포인트로 마감했다. 그러나 뉴욕증시가 급락했음에도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03포인트(1.44%) 오른 1,481.37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상승하기는 5월 중순(13~16일)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