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의주 특구' 성공 조건
고진갑 베이징특파원 go@sed.co.kr
고진갑 베이징특파원
경제난 극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북한이 최근 ‘신의주 특구’ 개발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런 의지는 북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 북한 고위관계자, 북한의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丹東)지역의 주민 증언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양빈(楊斌) 전 행정특구 장관 구속 이후 암초에 부딪혔던 신의주 특구 개발사업이 최근 지역주민과 인민군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단지 조성 등을 통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유치되고 그동안 신의주 특구 개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중국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소식도 개발을 가속화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늦어도 올해 안에는 특구 개발에 대한 윤곽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북한의 구상을 보면 신의주 특구를 홍콩식 ‘일국양제(一國兩制)’와 중국의 선전 특구의 장점을 결합한 국제적인 항구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특구에는 국제적인 금융ㆍ무역ㆍ상업ㆍ공업ㆍ오락ㆍ관광단지가 복합적으로 건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도시가 만들어지면 꽁꽁 문을 닫아건 북한의 빗장이 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북한이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돈이 없다는 점이다. 인프라 건설에만 최소 20억~3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국제적인 지원이 없으면 물거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우선 한국이 도와줘야 한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신의주 특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투자자금 회수기간이 길 것으로 보이는데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부족해서다. 하지만 북한의 지금 상황은 예전과는 다르다. 경제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게 2년 만에 다시 꺼내 든 카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북한 당국이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도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이런 지원이 본격화되면 북핵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북한의 개혁ㆍ개방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북한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2년 전 신의주 특구 개발이 좌초된 것을 거울삼아 이제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국제사회에 믿음을 주는 것도 북한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그래야만 다시 걸음마를 시작한 신의주 특구 개발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4-08-24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