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6월 국회에서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 교수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시행될 경우 기업활동은 물론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마침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이 기업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 무리한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의 힘이 하나로 결집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입법 저지 위해 교수들도 피켓 들어=바른사회시민회의 소속 교수들은 이날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포퓰리즘 경제악법 저지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첫 1인 시위자로는 유호열 고려대 교수(한국정치학회장, 바른사회 공동대표)가 나섰다. 유 교수는 이날 '경제민주화로 포장된 경제악법, 미래세대 희망 앗아간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바른사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법안들 중 상당수가 포퓰리즘에 입각한 경제악법임을 확인하고 여러 차례 토론회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치권은 이 법안들의 6월 국회 통과를 다짐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교수들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피켓을 들고 국회 앞에 서게 됐다"고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교수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6월 임시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에 맞춰 계속될 예정이다. 이미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김정호 연세대 교수, 남정욱 숭실대 교수, 송정석 중앙대 교수 등이 시위 동참 의사를 밝혔다.
바른사회는 1인 시위에 앞서 '포퓰리즘 경제악법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교수ㆍ대학생 선언'을 통해 "국회는 경제악법의 졸속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정치권은 계열사 간의 정상적인 거래도 '일감 몰아주기'라며 일정 비율을 넘으면 불법거래로 규제하려 한다"면서 "임금에 대한 기준도 제때 마련하지 못해 기업은 일시에 몇 십조원의 부담을 안게 됐는데도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보험ㆍ증권사에도 대주주 적격심사제를 도입하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금융회사를 매각하게 한다는 위헌적인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법안들이 통과되면 기업활력 위축은 물론 그 여파는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계도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경제활력 저하" 우려=주요 기업과 경제단체 등 경영계는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률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곤혹스러움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너무 한꺼번에 충분한 검토도 없이 쏟아져나와 곤혹스럽다"며 "우리 사회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관련 법안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계는 이들 법안의 여파로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저하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진취적인 인수합병(M&A) 등이 사라졌다"면서 "경제활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경제활력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6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통상임금 산정방식 변경 문제는 정치권이 기업ㆍ노동계 등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근로시간 단축과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의 법안도 통과될 경우 당장 기업 입장에서 생산차질과 비용증가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