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영화/' 주홍글씨'] 한석규 '강한 이미지'로 연기변신


29일 개봉작 ‘주홍글씨’는 섬세한 영화다. 언뜻 변혁 감독의 전작 ‘인터뷰’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터뷰’가 그랬듯 영화는 사건들의 상황보단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느릿느릿 이어지는 대사에 온 신경을 기울이게 한다. 네 명의 등장인물 모두 평범하지 않은 강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영화는 그들의 감정을 꼼꼼히 짚어 나가며 사랑과 욕망이라는 원초적 주제를 표현해 내고 있다. 강력반 형사 기훈(한석규)은 모든 걸 가진 듯한 남자. 직장에선 훈장까지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고 사랑스런 아내 수현(엄지원)와 곧 태어날 아기가 있으며 매혹적인 정부 가희(이은주)도 그의 곁에 있다. 그런 그가 사진관 살인사건을 맡으면서 이상하게 그의 주변 일들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살해당한 남자의 미망인(성현아)을 용의자로 체포하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수현이 과거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는 얘기도 듣는다. 게다가 가희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한다. 혼란이 커지며 극단으로 치닫는 영화는 등장 인물들의 연기력이 지탱한다. 2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한석규는 커피CF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버리지 않고도 데뷔 이래 가장 ‘센’ 연기를 보여준다. 꼬일대로 꼬인 영화의 클라이막스 ‘자동차 트렁크 신’이 그 절정. 피범벅이 된 채 반쯤 미쳐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유려한 영상과 합쳐지며 ‘지옥’과도 같은 인간 욕망의 최후를 묘사해낸다. 그러나 영화의 두 기둥축인 기훈의 사생활과 살인사건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 점은 다소 미흡한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극적 비중이 떨어지는 살인사건은 영화 내내 겉돌고 있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한석규, 이은주에 비해 나머지 두 여배우의 연기는 조금 떨어지는 점도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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