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이대론 안된다] 천수답 시장의 함정 "단순 환전소 기능에서 벗어나야" 상당수 기업 "달러 샀다·팔았다"만 반복외환 위험관리 규정없는 회사 78% 달해"오르면 이익이니 놔두자" 인식전환 시급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현상경 기자 hsk@sed.co.kr 핸드폰 부속품을 개발하는 A중소기업의 김모 대리는 요즘 살맛이 난다.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김 대리는 지난해 말 사장을 설득해 환변동보험에 가입했다. 다행스럽게도 수출계약과 물품 선적시점까지 환율이 급락하면서 가입회사에서 3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덕분에 김 대리는 한달 뒤 과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았다. 연간 수출규모가 3,000만달러인 B기업은 지난 17일 기업은행과 1년 만기 옵션형 선물환 거래를 체결했다. 당시 시장 환율(955원)보다 17원이나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앞으로 환율이 920원 이하로 하락하지 않는 한 1년 동안 972원에 네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계약 이후 환율이 940원대로 급락해 현재 1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다. 수출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이런 일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기업들은 그저 달러를 샀다 팔았다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대비해도 부족한 상황에 들고 있는 달러를 들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외환시장을 기껏해야 '환전소'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3년 223개 기업(대기업 및 중소기업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같은 인식이 역력히 드러난다. 기업들이 환위험 회피를 위해서 쓰는 방법은 상당수가 '선물환 계약을 사용'(26%)하거나 '단기자금 시장을 이용'(18%)하는 데 그치고 있다. 통화 스와프 계약을 쓰는 기업은 5%, 통화 옵션 계약을 써본 기업은 불과 3% 수준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돈(달러)을 꺼내 내다파는 방법만 고집할 뿐 다양한 상품을 응용해보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사내 자금사정에 따라 달러 수급을 매칭(matching)하거나 스와프나 선물ㆍ옵션 계약 등을 통해 위험을 회피할 수도 있지만 삼성 등 일부 우량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기법이다. 환시세 예상에 따라 결제시기를 의도적으로 앞당기거나 늦추거나(Leads&Lags) 수출자금과 수입자금 흐름을 가능한 일치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기업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환율이 급락할 때 아우성치는 기업들이 유난히 환위험에 인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이 있어도 경영자들이 환위험 관리를 위해 자기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다양한 파생 관련 상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에 있다"며 "정부가 돈을 써가며 다 막아주는데 자기 경비를 써가며 헤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금감원 조사 결과 대기업ㆍ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외환위험 관리를 위한 별도 규정이 없는 기업이 78%, 위험관리 전문요원이 없는 기업이 52%에 달한다. 값이 떨어지면 손해지만 오르면 이익이니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인식의 전환 자체가 없으면 환율 상승만 바라는 '천수답' 시장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대진 기업은행 자금운용실 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를 위험의 최소화라는 관점보다 이익의 극대화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며 "30%가량은 수출입 가격으로 조정하고 30%는 헤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출보험공사 환변동관리실의 진삼섭 차장은 "회사 정책으로 계약시 환율을 고정시켜야지 순간적인 환율만 보다가는 실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4/25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