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팩, 합병기업 몸값 낮추기 잇달아

기업인수목적회사(이하 스팩)가 주주의 반대를 무마하고 합병 성사를 위해 대상기업의 몸값 낮추기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환경설비업체 엔바이오컨스와 합병계약을 체결한 히든챔피언스팩1호는 해당 기업의 주당 수익가치를 5만5,069원에서 4만2,556원으로 낮추고 합병비율도 기존 1대 22.73에서 1대 16.75로 대폭 내렸다. 합병비율을 낮추면 합병신주가 줄면서 합병 후 기존 스팩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히든스팩1호 주관사인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엔바이오컨스의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들이 일부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며 “스팩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합병비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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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신한제1호 스팩도 올초 서진오토모티브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잇따르자 주당평가액을 3,007원에서 2,093원으로 30% 이상 낮춰 간신히 합병에 성공했다.

문제는 합병 대상기업 몸값 낮추기 등으로 스팩들의 인수합병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합병 시한까지 임박해 오면서 상당수 스팩이 합병보다는 청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스팩의 경우 공모자금 납입 날짜를 기준으로 30개월 이내에 한국거래소에 합병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치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한 달안에 성과가 없으면 청산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미래에셋제1호스팩, 동양밸류오션스팩 등의 합병 마지노선은 오는 9월 7일과 21일이다.

한 증권사 스팩 담당자는 “합병 최종 시안이 가까워지자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하기보다는 아예 청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며 “합병 뒤 상장이 힘들어지면서 이제는 스팩 제도 자체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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