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중ㆍ아프리카 협력 포럼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뜨겁게 경축한다”는 베이징(北京)시 정부가 보낸 메시지다.
‘슈퍼 파워’ 중국의 힘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시험 무대였던 이번 포럼은 베이징시의 표현대로 대성공작이었다. 막강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규모 부채탕감과 경제지원을 약속하며 포럼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돌렸고 아프리카 53개 국가 중 무려 48개 국가의 수뇌가 중국의 부름에 순응했다. 영락없이 ‘산타크로스’의 커다란 선물 꾸러미 앞에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는 꼬마들의 모습이었다. 국제사회는 이 모습에서 ‘슈퍼 파워’ 중국의 부상을 여실히 보았다.
검은 대륙 전체가 이처럼 중국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중국이 지닌 막대한 돈 때문이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6일 중국 정부는 신화통신을 통해 외환보유고가 1조달러를 돌파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지난 78년 말 1억6,700만달러였던 외환보유고가 28년간 무려 6,000배가량 늘어나는 사이 중국은 경제면에서 수평적이었던 아프리카를 경제적 수직관계로 뒤바꿔놓았다.
막강한 ‘차이나 머니’는 수직관계였던 미ㆍ중 관계마저 균형관계로 변모시키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머니게임은 ‘불균형 속의 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은 지난해 대미흑자 2,016억달러(전년 대비 24.5% 증가)로 사상최고를 기록하면서 외환보유고를 잔뜩 쌓았고 1조달러의 외환보유고 중 3,000억달러가량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당장 중국과의 엄청난 무역불균형을 시정해야 하면서도 중국이 미 국채를 대량 매각하는 사태를 예방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불균형 속의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판강(樊綱)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이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전세계 경제불균형의 최대 원인은 미국 정부가 달러를 너무 많이 발행했기 때문”이라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에 직격탄을 날린 것도 미ㆍ중간의 힘의 균형을 바탕으로 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그동안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보면서 ‘중국 위협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1조달러 시대를 맞은 이 시점에서는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로 들린다. 막강한 돈을 무기로 아프리카를 발 앞에 조아리게 하고 미국의 숨통을 압박하는 중국의 힘은 이제 공포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