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진단·전망 '불통' 곪았던 갈등 터졌다

■ 금통위원 한은총재 공개 반박<br>1월 금리결정 때도 이견 노출<br>내달 금통위서 후폭풍 불보듯<br>정책결정 타이밍 놓칠까 우려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김중수 한은 총재의 경기진단에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다음달 개최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인하 여부를 놓고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진단과 전망을 놓고 금통위원 간 의견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개최됐던 올해 첫 금통위에서도 '금리동결'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금통위원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경제수장들 낙관적 전망 비판하고 나선 금통위원=하 위원의 비관적 경기전망이 주목을 받은 건 올 들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총재가 잇따라 내놓은 낙관적 전망과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22일 현재의 경제 상황을 '그레이 스완(gray swan)'에 비유하면서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경기회복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위험 요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 총재 역시 "최근 세계경제에 대한 논의가 금융위기의 잘잘못을 따지는 단계를 넘어 공조를 이야기하는 데까지 왔다"며 "글로벌 경제가 위기 수준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하 위원은 "펀더멘털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말로 경제수장들의 낙관적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가계부채ㆍ부동산 등 국내 불안 요인이 여전하고 물가불안ㆍ경제불균형 등 무엇 하나 뚜렷이 해결된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됐던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론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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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외환시장에 대해서도 "천수답 형태"라고 잘라 말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험에 취약하게 노출돼 있는 상태라는 지적이었다.

◇다음달 금통위 금리인하 할까=금통위원의 공개적 반박으로 다음달 금통위 금리결정에도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는데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금리동결 결정은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환율급등 등 시장 상황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2%에서 2.8%로 떨어뜨렸다. 이날의 금통위 의사록은 29일 공개된다.

이에 따라 시장관계자들은 2월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지만 전혀 달라진 시장 상황과 금통위원 간 이견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해 보인다. 연초 급락하던 환율은 다시 1,090원선을 뚫으며 급등하고 있고 30일 발표될 예정인 산업활동 동향, 국제수지 등 주요 지표도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일 경우 금리인하의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김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시 물가안정뿐 아니라 성장도 동시에 고려하겠다고 발언한 점, 금리정책과 재정정책의 정책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 등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은의 금리결정에 무시 못할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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