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시민반응"이렇게 쉽게 만날걸…" 감격·눈물
2000년 6월13일 오전10시28분.
7,000만 배달민족의 눈과 귀는 평양 순안공항에 쏠렸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분단 55년만에 손을 맞잡았을 때는 환호와 함께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제하지 못했다.
金위원장의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공항영접, 담소를 나누며 다정히 붉은 카펫위를 걸어가며 사열을 받는 모습, 나란히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두 정상의 모습, 백화원 영빈관에서의 다정다감한 환담 등 역사적인 순간들을 TV를 통해 지켜본 시민들은 흥분과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실향민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한순간이라도 놓칠세라 일손을 멈춘 채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위원회에 함께 모여 두 정상의 평양에서의 첫 상봉장면을 지켜본 실향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평북 중강진이 고향인 이북5도위원회 평북도민회 이성만 총무부장은 『감개무량하다. 金국방위원장이 공항까지 나와 金대통령을 예우하는 것을 보니 모든 것이 잘될 것 같다』며 『많은 실향민들이 사무실에서 TV를 함께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송양빈(34·여·주부·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씨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흥분됐다』며 『아무런 조건 없이 터놓고 만나면 이렇게 벅찬데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 지 아쉽다』고 말했다.
실향민 이정배(61·대전시 중구 선화동)씨는 『꿈에도 그리던 남북간의 대화가 드디어 실현됐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들이 재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허모씨는 『정상들이 만나는 순간 내심 뜨거운 포옹을 기대했는데 악수로만 그쳐 조금은 아쉬었다』며 『너무 흥분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드러나지 않게 협력의 물꼬를 터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 명동 I증권사 객장도 평소 전광판에 모아졌던 눈길이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은 순간 만큼은 TV로 맞춰졌다. 매일 객장을 찾는다는 김창훈(62·동대문구 용두동)씨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했을 일인데 55년이나 걸렸다』고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오늘 비록 주가는 그리 신통치 않지만 정상의 만남으로 위안이 되고 金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도 꼭 성사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택시운전사 이석근(51·마포구 대흥동)씨는 『남북정상들이 만날 때 즈음 거리에 차도 사람도 뜸해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하며 『손님들과 정상회담에 관해 얘기 꽃을 피워 하루 일이 힘든 줄 몰랐다』고 기뻐했다.
대학생 김승희(22·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3년)씨는 『정상이 두손을 맞잡는 순간 문득 북이 고향이신 아버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감격해했다.
또 『이번 회담을 계기로 단순한 금강산 관광을 넘어 실향민들의 고향방문이나 이산가족 상봉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순임(63·여·경기도 양평)씨는 『60평생을 살면서 본 가장 감동적인 장면중 하나』라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평양에 서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金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와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1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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