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민생’ 발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 갈등과제 조율을 맡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에 민생업무를 따로 담당하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이병완 비서실장도 지난 23일 “민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평가했다.
이정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26일 “시민사회수석실은 경제정책수석실이 담당하고 있는 민생경제 정책과는 별도로 정책적 보호 망에서 벗어난 ‘사각 지대’의 문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사회조정 3조정 비서관실이 민생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시민사회수석실에서도 서민의 아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민생을 챙겨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수석실은 비서관급 진용개편에 이어 이르면 이번주중 예정된 행정관 인사를 계기로 경제수석실과의 업무 분장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이 수석은 “시민사회단체등에서 제기하는 정책 대안 중 검토할 만한 사안을 경제정책라인에 넘겨줄 것”이라면서 “한미FTA 체결로 인해 피해를 입는 취약계층의 보호 대책도 정책실에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민생문제로 국민들께 송구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며 민생 경제에 역점을 둘 뜻을 밝힌 바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민생 챙기기는 여당 참패로 끝난 5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등돌린 민심을 되돌려 정국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 전후로 정치적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대신 주요 정책과제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정치적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청와대는 최근 1개월간 ▦국정과제회의(직업능력개발ㆍ5월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자유구역ㆍ6월7일) ▦건축문화ㆍ건설기술선진화방안 회의(15일) ▦저출산ㆍ고령화 연석회의 위원 간담회(20일) ▦제7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한미FTAㆍ21일) 등 국정과제 및 자문회의를 매주 1번씩 열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 교체설이 제기되고 있다. 현 경제팀이 경제현안은 대체로 잘 관리해왔으나 민생문제 만큼은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팀 교체를 계기로 경제정책에 ‘미세조정’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생은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ㆍ동반성장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으면서 꾸준히 챙겨온 사안이어서 최근 발언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며 “더욱이 민생 문제와 경제부총리 교체를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