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단위금고 통폐합·알짜 M&A로 내실·외형 두토끼 잡을 것



금융네트워크 완성 위해 증권·자산운용사 인수 검토

2018년 자산 150조 달성 목표 … MG손보 3년내 본궤도


시중銀 잣대로 관리·감독 땐 서민금융 기능 축소 우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신종백(66·사진)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물이다. 지난 2010년 새마을금고 회장에 취임한 후 이미 두 차례나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MG손해보험(그린화재)과 MG신용정보(한신평신용정보) 인수에 성공하며 M&A 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큰 손'으로 부상했다. 더욱이 우리은행 매각이 연내 추진될 예정이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서울 삼성동 새마을금고중앙회 본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신 회장은 "한국의 도이체방크(협동조합금융지주)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단위금고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면서도 "동시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대한 M&A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내실경영과 외형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1월 말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 때 신 회장은 200여명의 대의원 앞에서 '제2의 도이체방크'라는 비전을 제시해 연임에 성공했다. 도이체방크는 협동조합을 모태로 출발해 현재 유럽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새마을금고는 전국 1,800만여명의 조합원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요. 엄청난 강점입니다. 이를 활용한 소매금융과 시중은행의 도매금융이 결합하면 새마을금고가 국내 최고의 금융지주로 도약할 수 있어요."

협동조합금융그룹 출범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했다.

"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해 더 많은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금융네트워크를 통한 행복희망의 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밝힌 비전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다. 신 회장은 이미 수년 전 연구팀을 이끌고 독일을 다녀오기도 했다.

시중은행 인수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미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인수도 고려 대상이다.

신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써왔지만 현재까지 구축해놓은 포트폴리오에 100% 만족하지 않는다"며 "두번째 임기가 시작되는 오는 3월 이후부터 시장에 나온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매물을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새마을금고는 M&A 시장에 등장한 10여개의 증권사 매물 가운데 현대증권과 대우증권·동양증권·LIG투자증권 등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 회장은 그러나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증권은 강성노조, 동양증권은 평판 문제, LIG투자증권은 100% 모회사인 LIG손해보험과 복잡한 지분관계가 각각 걸림돌 작용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 취임 이후 새마을금고는 확실히 바뀌었다. 지난 4년여 동안 2,832억원의 손실금을 모두 만회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총자산은 110조8,356억원으로 전년(104조8,356억원)보다 5.7%(6조원) 늘었다. 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713억원에서 1,019억원으로 43%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의 수익이 줄줄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 회장은 "자산운용 포트폴리오의 재배분을 통해 외부환경에 따른 수익 변동성을 낮췄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주식 비중을 대폭 낮추고 대체투자·지분투자·해외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중앙회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40조원가량으로 75% 수준인 30조원은 국공채 등 안정자산 위주로 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조원에 달했던 주식 비중을 4,000억원대로 낮춘 점이 큰 변화다.

금융위기 등 주식시장 상황이 나빠질 때마다 새마을금고의 경영성과도 크게 출렁거렸지만 이 같은 포트폴리오 재배분으로 안정적 배당수익 실현이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말 역대 최고 수준인 278억원(배당률 5.5%)을 배당했다.

2012년 9월 사상 최초로 자산 100조원도 돌파했다. 신 회장의 두번째 임기가 마무리되는 2018년까지는 자산 15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금고 숫자는 줄었지만 영업망은 훼손되지 않았다"며 "지역별로 금융환경의 차이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엄격한 경영평가에 따라 금고 통폐합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위금고의 체질을 개선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내실경영과 외형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신 회장의 계획이다. 신 회장의 첫 임기였던 지난 4년간 새마을금고 숫자는 1,504개에서 1,402개로 100개 넘게 줄었다.

2012년 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해 인수에 성공한 MG손해보험에 대해 신 회장은 "2~3년 안에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MG손해보험은 간판교체 및 외부인력 영입 등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지난해 결산에서 25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신 회장은 "초기 손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세간의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경우 100만건만 계약해도 당기순이익이 300억원 정도 늘어난다"며 "새마을금고는 적정횟수 이상을 거래하는 진성회원 숫자가 700만~800만명에 달할 만큼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3년 뒤부터는 목표순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승부수는 간단했다. 신 회장은 "정직한 상품은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고 강조했다.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꼼수를 부리지 않아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올해부터 새마을금고에서 방카슈랑스 형태로 보험판매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거품을 뺀 저렴한 보험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아 시장의 흐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는 이미 공제사업 부문에서 230조원 정도의 계약액을 유지할 정도로 보험시장에서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 공제상품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 회장은 "서초동 삼성전자 새마을금고 조합원들은 계열사인 삼성생명 대신 새마을금고의 공제상품에 가입하고 있다"며 "대형 보험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은 낮추는 단순한 원리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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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해 신 회장은 서민금융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는 여타 금융사들과 달리 현재 새마을금고는 안전행정부 관할이다.

신 회장은 "시중은행과 똑같은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나 연체율 등을 관리한다면 새마을금고 거래고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5등급 이하 저신용자들 대부분이 대부업체나 비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됐던 새마을금고 부실률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일반 금융권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3.06% 수준이다. 이는 1.2% 수준을 보이고 있는 시중은행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지만 신협(6.8%)이나 저축은행(약 24%)보다는 저조한 수준이다.

그는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시중은행과 저신용 서민고객이 대상인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상호금융의 정체성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상호금융은 사람의 얼굴을 띤 금융기관"이라고 전제한 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카드사들과 뭉뚱그려 상호금융을 제2금융권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상호금융의 성격을 감안하면 별도의 상호금융권으로서 독립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He is …

△1949년 강원도 춘천 △초당대 기업경영학, 강원대 경영대학원 석사, 강원대 경제철학 박사 △1998년 춘천시의회 의원 △1999년 춘천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 △2000년 새마을금고중앙회 강원도지부 회장 △2001년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 △2010~ 새마을운동중앙회 부회장,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전통시장 활성화 … 무료급식소 지원 … 지역상생 앞장서는 새마을금고

'헌혈캠페인' 기네스북 오르기도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새마을금고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규모만 늘린 것이 아니다. 그의 경영능력이 더욱 빛을 발한 것은 바로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이다. 이를 통해 새마을금고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힘썼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새마을금고의 사회공헌 사업은 우리나라 고유의 주민협동수단인 두레·품앗이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출범취지와도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신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에만도 1,18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사회 복지사업을 지원했다. 신 회장은 "새마을금고는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금융회사이기보다 금융을 매개로 지역주민들의 복지와 경제적 지위향상을 목표로 하는 협동조합"이라고 강조해왔다. 새마을금고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은 '사랑의좀도리운동'이다.

좀도리운동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각 조합원들이 참여해 현재까지 현금 372억원, 쌀 1만960톤을 모금한 뒤 80만1,000여 단체의 소년소녀 가장과 무료 급식소에 지원해왔다. 신 회장은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사랑의좀도리모금 국토순례 대장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한달 동안 전국 2개 코스 52개 구간(1,265㎞)에서 1,958명의 금고 임직원 및 회원이 릴레이 방식으로 좀도리모금활동 전개했다.

이때 모금된 5억2,000만여원을 기부했다. 2012년 3월 체크카드 사업에 뛰어들며 MG체크카드 상품가입 고객과 함께 이용금액의 0.3%를 좀도리운동에 기부하는 활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사적 헌혈 캠페인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4월부터 50여일 동안 전국 새마을금고 1,000여개 점포에서 임직원 5,000여명이 참여해 한국기록원에서 '단체헌혈 대한민국 공식기록 인증'을 받았다.

신 회장 취임 이후에는 소년소녀 가정을 위한 공제상품 보급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소년소녀 가정의 아동이나 10세 이하 가정위탁보호 아동에게 입원비나 수술비·골절·화상 등을 보장해주는 공제상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말 1,920명에게 2년 동안 2억3,800만원 수준의 공제료를 지원했다. 안전행정부와 공동으로 2012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까지 720개 새마을금고와 함께 829개 전통시장과 자매결연을 체결, '전통시장 가는 날' 운영, 영세상인 자녀 장학금 지원, 온누리상품권(6,573억원) 판매 등의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담=이병관 금융부차장 yhlee@sed.co.kr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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