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 걱정에 일 못해" 한숨

'어린이집 학대' 파장… 맞벌이 부모들 속으로만 부글부글

학대 여부 물어보고 싶어도 "불이익 받을라" 전전긍긍

"훈육위한 체벌도 대응 필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의 정광진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동학대예방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4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회사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5살 난 아들의 얼굴이 자주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며칠 전 A씨의 아들은 함께 TV 뉴스를 보던 중 갑자기 "아빠 나도 선생님한테 엉덩이 맞았어"라고 얘기한 것이다. 어려서 TV 뉴스 내용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A씨는 깜짝 놀랐다.


A씨는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학대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싶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알 수가 없어서 걱정을 떨쳐 버리기 힘들다"며 "더구나 교사가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하는지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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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시작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직장인 부모들의 걱정이 회사업무까지 영향을 미치고 가정에서도 훈육을 위해 행해지는 않는 작은 폭력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체벌 증후군'으로 번지고 있다. 맞벌이 직장인들의 경우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은 까닭에 요즘 상황에서는 마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한다. 오죽하면 문제가 된 인천의 어린이집의 경우 사고 이후에도 10여명의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더구나 직장 맘이나 어린아이들 둔 아버지들의 경우 회사업무 시간에도 머릿속은 아이 걱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대 후반의 직장 맘 B씨는 "요즘은 회사 일을 하다가도 인터넷으로 '어린이집'을 자주 검색해본다"며 "하루 걸러 아동학대 소식이 나오는 탓에 업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국공립어린이집은 좀 상황이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경쟁률이 높아 엄두도 못 낸다"며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학대 여부를 물어보고 싶어도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되레 이런 행동이 아이한테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사회 곳곳에서 '훈육'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크고 작은 체벌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사회 전반에 걸친 '보이지 않는 폭력'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학과 교수는 "요즘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분노하는 현상은 과민반응이 아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는 물론이고 어린이집이나 가정에서도 교육을 위해 행해지는 어떠한 체벌도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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