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지난 2009년에 이어 또다시 정보공유를 둘러싸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한은은 법 개정으로 제2금융권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을 확보한 만큼 금감원에 비은행 부문에 대한 정보공유 요구를 확대하고 특히 원본 데이터베이스(DB) 자체를 통째로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이 사실상 독자적인 제2금융권 분석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금감원은 정보공유 요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원본 DB 공여는 현행 금융실명제법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은ㆍ금감원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2009년 9월 5개 금융 당국(재정부ㆍ한은ㆍ금감원ㆍ금융위원회ㆍ예금보험공사) 간에 맺었던 '금융정보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대한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재정부는 금융 당국의 의견을 수렴해 기존 내용 일부를 보완해 이르면 올해 안에 새로운 MOU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한은은 새 MOU에서는 2009년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법 개정으로 자료제공을 직접 요청할 수 있는 제2금융권 대상 업체가 2배로 늘어났지만 일선 금융사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자료제출 요구권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기존의 금감원을 통한 정보공유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MOU 때 공유에 실패했던 '증권사 파생상품 손익현황(운용현황)'과 '저축은행의 주요 여신업체 목록' 등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금융권에 대한) 자료 요청권으로 금감원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이 금감원의 원본 DB 자체를 통째로 받는 방식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앞으로 독자적인 2금융권 DB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이 지금처럼 아이디(ID)를 발급 받아 금감원 전산시스템에 접속하면 회사명과 인적사항 등 일부 정보가 삭제된 데이터를 받을 수 있지만 원본 데이터를 그대로 받으면 한은이 이를 직접 분석하고 가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공유 MOU는 "각 기관은 정기보고서에 대한 공유조치 이전에 금융회사에 대해 정보공유에 대한 사전동의를 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원본 DB의 공유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완전한 동의 없이 한은에 100% 넘겨주는 데에는 거부감이 있다"며 "보완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ID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제2금융권의 대상일 경우에는 금융회사에 동의서를 받는 절차는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