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프에 입문한 것은 20여년 전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인 20대 중반에 시작한 때문인지, 단련된 체력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드라이버 샷의 거리는 멀리 나갔고 지금도 여간해서는 거리로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머리를 얹은 지 약 10년 뒤인 지난 91년 6월23일 대구 소재의 팔공CC 14번홀(파5)에서 기적적인 알바트로스를 기록했다. 환상적인 드라이버 샷 다음 5번 아이언으로 날린 세컨드 샷이 그린에 맞고는 그대로 홀에 굴러 들어가 버렸다.
홀인원과 달리 알바트로스를 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였을까. 그 후 3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골프장갑을 제조해 주로 수출하던 것에서 내수 중심의 유통업으로 눈을 돌려 94년 일본 카스코와 합작해 한국카스코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차츰 안정궤도에 접어들 수 있었다. 그 동안도 여러 차례 이글과 알바트로스를 했지만 홀인원은 찾아오지 않았으며 핀을 맞고 나오는 아쉬운 경험은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올해 첫 골프모임을 가진 지난 2월14일 대구CC 서코스 2번홀(파3)에서 드디어 첫 홀인원의 행운이 찾아왔다. 티샷을 하고 나서 습관처럼 티를 찾는데 볼이 컵에 맞는 강렬한 소리가 들렸고 `또 튀어나왔겠거니` 하는데 앞 팀 동기들이 양손을 들고 `와`하며 그린으로 뛰어나오고 있었다.
160㎙ 거리에서 6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에도 맞지 않고 곧장 홀에 들어간 것이었다. 곧바로 들어가려면 볼의 탄도도 높아야 하고 도로 튀어나올 확률도 높아 진기명기에 속한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마침 대구은행이 후원하는 `지정 홀`이었기 때문에 12명 전원이 그날 멋지게 뒤풀이를 했고 이어질 기념 라운드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홀인원으로 인해 많은 행운이 찾아 들기를 겸손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김희원 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