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7대국회 1년을 돌아보며

유필우 <국회의원ㆍ열린우리당>

17대 국회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됐다. 오랜 공직생활로 국회가 낯설지 않은 필자이지만 그 감회가 남다르다. 국회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고 국회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국민의 걱정을 상당부분 해소시킬 수 있겠다고 자각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국회가 가히 혁명적인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음을 확신한다. 국정운영의 중심이 국회로 넘어왔고 민주주의 3권 분립의 원칙이 그 어느 국회보다 잘 지켜짐으로써 국회운영의 투명성과 자율성이 제고됐다. 국회를 통과하는 법률안을 보더라도 의원발의 법률안이 정부가 발의한 것보다 많을 정도로 국회가 활발한 정책토론의 장이 돼가고 있다. 이처럼 국회가 국정운영의 축이 되고 활발한 정책토론의 장이 돼가고 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보면, 먼저 국회의원은 국정운영의 주체라는 인식을 좀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은 특정 이해집단과 이념을 같이하고 입법ㆍ예산활동에 있어 그 뜻을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국가 전체를 생각하는 관점과 안목이다. 이것이 결여된 상태에서 특정 이해집단의 의견에만 집착한다면 제대로 국정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여론에 관한 것이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국회의원이지만 여론의 인식에 있어 민심과 표심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심이 국민 속에 면면히 흐르는 변하지 않는 정서이며 표심은 그때그때 변하는 감정이라고 본다면 국회가 지나치게 표심에 얽매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17대 국회는 의원입법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면 국민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좀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자칫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까닭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그동안 당론의 대결과 정부에 대한 질문만 있었지 주요 사항에 대한 여야의원간 토론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여야의원이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협의하기보다는 몇몇이 정한 당론에 의해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깊이 있는 검토, 이를 뒷받침할 정부예산의 한계, 그리고 공무원의 사기를 고려한 정책결정에 세심한 주의와 겸손함을 보였으면 한다. 자칫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정부의 경직성만 탓할 경우 국익과 국민생활에 생각지도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자의 부족한 글에 관심을 보여준 독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로터리 칼럼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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