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외국자본 의존도 심화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에너지와 자본, 심지어 노동 부문에까지 여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좋든 싫든 세계화와 다자주의가 새로운 세계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사실에 대처하기는커녕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국가정책 때문에 점점 더 경제적ㆍ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고 결국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외부 세계의 힘에 압도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외부 세계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다. 지난 70년 이래 현재까지 원유 수입은 200% 이상 증가했고 이중 페르시아만으로부터의 수입이 전체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다 국내 총원유 수요에서 원유 순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55%에서 오는 2025년에는 68%로 늘어날 전망이다. 97년에 발표된 백악관 보고서에 의하면 승용차와 트럭의 연료 효율이 향상되면서 2030년에는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을 600만배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석유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자국 내 원유자원 개발에 나설 경우 페르시아만 수입 원유의 70%를 미국산 원유가 대체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미국 정치인들은 미국 내 원유 생산과 보존을 국익이 아닌 순전히 당파싸움의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미국의 의존도 문제는 비단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스이스턴대학의 노동시장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기업은 값싼 임금을 쫓아 해외이전을 가속화해 80년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외국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다. 기업이나 세계화 지지자들은 외국인이 미국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민개혁위원회는 보고서에서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외국인노동자 유입정책을 분석한 후 임금과 노동조건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정책의 확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불법 이민자들은 매년 미국인 70만명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사실 불법 이민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손실은 사회복지비용을 포함해 대략 매년 200억달러에 이른다. 대외의존도와 관련, 미국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역적자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2003년 1,900억달러에 달했다. 미 국채의 절반 가량을 아시아가 갖고 있다. 메릴랜드대학의 피터 모리치 교수는 “미국은 외국자본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탓이기도 하지만 중국ㆍ일본ㆍ한국 등 여타 국가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리치에 따르면 미 국채의 외국인 소유 지분이 증가, 미국경제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모리치는 “외국 정부가 외환시장을 조작하면서 미국의 외국자본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며 “부시 정부가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정부는 국가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민주당도 이 문제를 건드리기를 주저하고 있다. 양 당의 이 같은 미온적 태도에 미국인은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와 다자주의는 21세기의 양 축이긴 하지만 이는 경제와 정치적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지 독립과 자립이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독립과 자립은 200년 넘게 미국의 번영과 힘을 만들어온 토대였다. <루 도브스 CNN 머니라인 앵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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