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예산의 꼴이 말이 아니다.
내년도 재정규모(특별회계제외)는 총 85조 7,900억원으로 두차례에 걸친 추경예산 편성전의 올 예산규모보다 13.7% 늘었다.
나라살림규모가 이렇게 늘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예산은 99년을 계기로 빚으로 빚을 갚아가는 예산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준다. 빚은 쓰면 쓸수록 늘어가게 마련인데 정부는 국공채 발행이라는 편법에 압맛을 들여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이자 부담을 지우고 있다.
나라가 국민들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마음껏 빚경영을 한다는 비판이다.
세입부문을 먼저 보자.
일반회계 예산은 80조 5,700억원이다. 세금이 걷히지 않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서 메꾸겠다는 금액이 이중 13조5천억원이다. 일반회계 예산 규모의 16.8%다.
국채발행금액 13조5천억원은 국채발행 순증액이다. 전체적인 국채 발행액은 약2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 이외에도 양곡증권, 국민주택채권 등의 신규발행 및 상환용 발행이 포함되어 있다.
또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발행하는 정부보증의 부실채권매입용 및 예금대지급용채권 등 공채규모도 99년중 39조원에 달한다.
결국 국민들을 담보로 발행되는 국공채는 내년에만도 총 68조원에 달한다는 결론이다. 국채는 국민들이 세금으로 고스란히 상환해주어야 한다. 공채도 성업공사와 예금보호공사가 상환치 못할 경우 국민들 몫이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145만원 상당의 빚보증을 억지로 서게되는 셈이다.
국공채에는 이자가 지급되는데 이자부담도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이다.
정부가 밝힌 금융구조조정용 채권이자(공채이자) 지급규모는 내년에만 7조7,866억원.
국민생활여건 개선과 국각경쟁력제고를 위해 쓰여야 할 정부 돈(일반회계예산)의 9.7%가 금융권과 정치권, 재벌들이 합작품으로이 저질러놓은 금융부실을 땜질하기 위해 소진된다는 이야기다.
나라예산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에 대한 이자지급금액도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예산당국이 국채발행에 대해 너무 안이한 생각을 가진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국공채 이자부담이 도합 10조1,826억원이다. 일반회계예산의 12.6%나 차지한다. 나라경영을 잘못한 대가로 국민 1인당 21만7천원씩, 4인가족 1가구당 86만원 이상을 내놓으라는 것이 정부 예산의 결론이다.
예산구조의 문제점은 이뿐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도 우리 경제가 2%내외로 성장한다는 전제에서 세입·세출예산을 짰다.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경우에는 우선 세입부문에서 말썽이 생긴다. 경기가 나쁘면 세금이 걷히지 않아서 재정적자폭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0% 또는 마이너스성장으로 수정하고 이를 이규성(李揆性)재경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정부가 세수결함을 세정강화로 풀어갈지 아니면 국채발행으로 해결할지 알수 없으나 결국은 국민들 허리만 휘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 국채발행을 확대할 경우 이자부담은 더욱 확대된다.
내년 재정적자규모(통합재정수지기준)는 22조1천억원. 국내총생산의 5%수준이다.
KDI는 오는 2000년 4.4%, 2001년 이후에 5% 이상의 실질경제성장을 계속할 경우에도 재정균형은 2006년에나 가서야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채발행규모도 점점 쌓여 발행잔액이 오는 2005년이면 90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세수결함때문에 국채발행이 늘면 이같은 전망도 실현불가능한 낙관적인 수치가 되고 만다.
결국 나라경영이 빚에 의존하다보니 국민들마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고 사실상 언제나 빚을 다 갚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처지에 빠지게 된 것.
세출을 보면 나라의 장래를 위해 투자하는 예산은 매우 축소된 반면 당장 먹고쓰는 복지관련 예산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실업예산증액 등 사회안전망 구축의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해도 문화예산이 27% 이상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수출 관련 예산증액이 1.8% 늘어나는데 그치는 등 부문별 균형감각이 다소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구조조정 지원예산이 2.2배로 늘었고 실업자보호예산이 45.3% 증가했다. 사회복지예산도 14.1% 늘었다.
국방비 등에서 어렵사리 절감한 예산이 과연 적재적소로 재분배 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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