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정주영의 일생을 드러내는 키워드.
그것은 곧 '특별함'이다. 보통사람들이 갖고 있지않은 그만의 키워드로 그의 한평생을 살펴본다.
◇자연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생존은 정주영의 출발에서 마지막을 관통한다.
'시련은 있으나 실패는 없다'는 그의 지론에서 실패는 '죽음'이었다. 그는 자연(농사)과 몸으로 싸워야 하는 현실, 그러면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둘 수 없는 현실타파를 위해 가출을 시도했다. 결국 자연을 탈출했다.
그리고 새로운 약숙강식의 자연(경영)을 맞이했다. 그가 건설에 승부를 건 것은 자연과의 싸움에 관한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서산에 조성한 대규모 서산농장은 정주영회장이 현실로 인정하기 힘들다며 도피한 자연(농사)으로 되돌아가겠다는 화해의 제슈처였다.
◇호랑이
그는 호랑이를 유난히 좋아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호랑이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현대시멘트에 붙은 상표는 '호랑이표'였다.
현대 프로축구팀은 '호랑이 축구단'이었다. 경영일선에서 그의 모습은 표효하는 호랑이라는게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씨름
그는 타고난 승부사다. 싸움꾼이다. 많은 스포츠 가운데 아직도 현대건설 신입사원 수련에서 빠지지 않는게 씨름. 씨름은 벌거벚은 몸과 몸의 싸움이다. 무기도 없다. 바닥은 온통 모래로 험한 환경이다.
한가닥의 삿바와 기술과 체력이 승부의 관건이다. 왕회장은 씨름에서 자연과의 치열한 승부를 읽었다. 그리고 건설의 원리를 찾았다.
현대건설에 입사한 사람들은 그와 경포대 백사장에서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현대와 그를 위해 몸을 던질 수 있었다. 씨름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그의 인생관이며, 경영관이며, 리더쉽의 구체적인 표현이었다.
◇건설
건설은 시장을 보고, 생산 계획을 세우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제조업과 다르다.
사업을 따야 살아남을 수 있다. 2등은 의미가 없다. 오직 승자만이 행세한다.
현대에서는 유난히 '세계최대'가 많다. 1등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정회장의 의식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건설은 조직이다. 프로젝트 중심의 독특한 업으로 매 프로젝트마다 사람과 물자, 자금을 조립하고, 이것을 잘 엮어서 성공할수 있는 시스템산업이다. 결코 막가파식이 아니다.
정주영은 늘 말했다. "나는 불도저다. 그러나 생각하는 불도저다."
◇정면돌파
그는 편법을 싫어했다. 역경이 닥칠수록 거세게 도전했고 성취했다. 건설업에서는 정면돌파가 정도(正道)다. 그는 각종 건설 현장에서 돌관작업(정신)을 통해 정면돌파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건설을 하다 장애가 등장하면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돌관작업으로 그것을 해결했다. 둘러가는 길을 아주 싫어했다.
그는 동의하지 않지만 '실패한 정치'에 직접 나섰던 것 역시 정면돌파에 대한 평소 그의 지론에서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말뚝론
"나는 어떤 사업이든 땅을 준비하는 데서 부터, 말뚝 박고 길 닦아서 그 위에 내 공장을 내가 지어서 시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또 그렇게 만든 사업체를 어렵다거나 이득이 많이 난다고 해서 누구한데 넘겨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하나하나 전부가 다 자식이나 마찬가지의 애착과 정성으로 키워서 성공시켰고, 실패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말뚝론'을 잘 담고있는 자서전의 내용이다. 그는 인수합병을 정경유착이나 특혜의 결과로 보았다. 진정한 기업인은 스스로 땅을 파고, 공장을 세우고 생산을 해야한다고 굳게 믿었다.
물론 이런 시각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지만 그는 이 같은 경영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