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중국 경착륙론의 함정


1990년대 초 중국 경제의 비상을 이끌었던 대표적 지역경제는 상하이 푸동이다. 마천루로 빼곡한 이곳을 20년 전 둘러보던 필자는 건설현장에 솟은 타워크레인을 100개 넘게 세다 지나는 덤프트럭이 쏟아내는 흙먼지 탓에 포기했던 기억이 새롭다. 푸동 개발은 고정자산투자를 상징하는 대역사였고 연해 지역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충칭 등 내륙지역은 투자열기 후끈


푸동, 톈진 빈하이에 이어 2000년대 중반 중국 중앙정부가 내륙에 설정한 발전 중심은 장강 수운의 종착지인 충칭이다. 필자가 이달 중순 방문한 충칭 도심을 에워싼 경제특구 양강신구(兩江新區)에도 20년 전 푸동처럼 타워크레인이 도처에 서 있었다. 충칭은 최근 수년 새 중국 성ㆍ시 중 최고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특구 관리들이 각종 청사진을 내보이며 한국 기업을 유혹하는 모양새도 푸동의 복사판이다.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의 낙마에도 불구하고 투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 듯했다. 연해 지역 경제를 배회하는 경착륙 망령은 적어도 충칭을 찾아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충칭 같은 내륙의 몇 개 대도시 투자 열기만으로 중국 경제의 감속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지금의 충칭은 20년 전 상하이의 중국 내 위상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중국 경제의 덩치가 커진 만큼 과거와 같은 투자 열기를 지속하는 게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국 경제의 7배 정도 규모를 가진 경제가 고도성장기의 투자 붐을 이어간다면 자원ㆍ에너지 시장의 병목현상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를 게 뻔하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온 세계가 경탄했던 2005년 글로벌 인사이트가 내놓은 2012년 성장률 전망치는 7.1%였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 붐이 진정되고 인구 보너스도 소멸돼가는 정황을 고려할 때 2010년대 들어 7%대로 약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도 7.5%다. 2ㆍ4분기 성장률 7.6%에 경착륙론이 세를 얻어가는 것을 보면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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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지역 경제에 낀 거품은 분명 경착륙 징후로 읽힐 수 있다. 경착륙을 피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나 지방정부를 옥죄는 막대한 부채의 정리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을 파국으로만 인식할 필요는 없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중국 공산당이 쓸 정책 카드는 여전히 많다.

한국의 외환 위기는 온 국민을 패닉으로 몰아넣었지만 준비가 잘된 외국 투자가들에는 엄청난 기회였다. 론스타와 같은 금융자본 외에도 수많은 명품 브랜드와 외제 명차가 성공적으로 한국 내수 시장에 착근했다. 국제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경착륙 징후가 내포하는 위험과 함께 기회도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평균 집착하면 떠오르는 시장 놓쳐

한국 기업들도 한중 수교 이후 20년째 중국 사업 경험을 축적해왔다. 중국 경제의 큰 흐름은 전체로서 판단하되 중국 사업의 위험과 기회는 지역별로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착륙 주장에 예민해지는 연해 지역이 있다면, 외자들이 높은 기대수익을 노리고 개척하는 내륙 지역도 중국의 강계에 포함된다.

전남 광양항을 출발한 포스코의 냉연코일은 상하이까지의 국제항로보다 2배나 더 긴 내륙 뱃길을 타고 나서야 양강신구의 후가공 공장에 도착할 수 있다. 내륙의 사업 환경은 중국 연해 지역은 물론 중국 평균적 사업 환경과도 차원이 다르다. 경착륙 위기론 같은 '중국의 평균'에만 매달리면 떠오르는 내륙 시장은 영원히 한국 기업을 외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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