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주자에 듣는다] 정동영 前열린우리당 의장

"기업가 정신 살릴 특단책 내놓겠다"<br>中·인도·동유럽등 개척 해외일자리 많이 만들어야<br>입시제·교육부 존폐 포함 교육시스템 획기적 개편<br>밝은 정치·행복한 정치로 국민 집단우울증 치료할것


젊고 패기가 넘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통합신당 추진과정에서 겪는 당내 갈등 때문인지 다소 힘든 모습이었으나 여전히 도전적이며 활기 찼다. 1시간30분 동안 계속된 인터뷰 내내 어떤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비전을 실천하겠다는 각오가 역력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이 되면 국민적 집단우울증을 치료하겠다”며 밝은 정치ㆍ행복한 정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대담=황인선 부장 his@sed.co.kr ◇경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해법은 무엇인가. ▦경제는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은 기업이 번다. 따라서 기업가 정신이 왕성해야 돈도 벌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토론하고 있다. 조만간 기업가 정신을 북돋을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저하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활로가 열릴까. ▦이미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튼튼하다. 상위 200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평균 8%를 넘어섰다. 이는 GE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세계적 유명기업과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우리 근로자 일자리의 90%를 중소기업이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이 중산층을 담는 그릇이 돼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 산업이 경제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기업인들이 정치권에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측 가능성이다. 기업이 새로운 투자를 하려면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없어야 한다. 그것을 제거해주는 것이 정치권의 몫인데 지금은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특히 해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데 ▦동감한다. 젊은이들과 얘기해보면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고 싶다는 열망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정부가 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고 웨스트(GO WEST)’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중국, 인도, 동유럽 등 서쪽으로 길이 열려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열린우리당이 창당될 때 내세웠던 경제 10대 공약이 있다. 첫째 물가 안정이었고 둘째 부동산 안정이었다. 특히 최저주거수준에 미달하는 330만 채의 최하위소득계층 20%에 대해 주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기로 했었다. 이 방침대로라면 내년까지 100만채를 해소하고 2012년까지 차기정부가 또 100만채를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목표가 지금은 실종된 상태다. 아직도 300여만채가 최저주거수준 그대로 남아있다. 이러다 보니 최하위계층이 오히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점에 대해 여당의 의장을 지냈던 사람으로서 뼈 아픈 책임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는 주택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재의 주택문제는 특히 수도권에서 촉발됐다. 수도권의 집 문제는 결국 땅값 문제다. 땅도 없고 너무 비싸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수도권 남부는 토지가격이 너무 높고 동부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나갈 수 없다. 반면 경기 북부의 토지가격은 서울에 비해 상당히 싸다. 서울보다 10배나 넓은 땅인데도 군사주둔지역 등으로 묶여 있다. 이를 공영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면 부동산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교육 -교육 양극화가 심각하다.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겠는가. ▦교육문제와 관련해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얘기했었다. 어떤 학부모는 두 자녀 영어 교육에 11억원을 썼다고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한달 수입이 200만원인데 그중 100만원이 자녀 교육비로 들어간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헌데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사람이 100만원이면 자기 식구 넉달치 생활비라며 더 절절한 하소연을 하더라. 이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차기 정부는 이를 해방시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육시스템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학제개편은 물론 교육부와 입시제도의 존폐 문제를 아우르는 대안을 검토중이다. 현재 전문가들과 토론 중이며 이들중 약 6대 4의 비율로 시스템 개편쪽을 찬성하고 있다. ◇외교ㆍ안보 -북핵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하루 빨리 남북 당국간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 북핵은 그 자체로 공포다. 핵은 긴장관계에 있을 때 공포는 커지게 돼 있다. 공포가 커지면 경제가 흔들린다. 긴장이 완화되면 공포는 떨어진다. 대화가 북한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북핵은 용납할 수 없다. 대화를 통해 핵을 포기 시키겠다는 뜻이다. 북핵은 동북아에 도미노식 핵경쟁을 촉발하게 된다. 그러면 북핵은 무의미해진 점을 북한도 깨달아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생각은 ▦국익의 최선은 안보다. 따라서 우리는 평양이나 워싱턴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총력외교를 펼쳐야 한다. 그 최고봉은 정상회담이다. 마침 부시 대통령도 임기 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중국도 2008년 올림픽 이전에 북핵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은 지금 상한가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나에게 (대통령으로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기 정부에 4자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의 4국 정상이 만나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열린우리당이 위기의 국면에 있다.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노무현 정부는 구시대를 건너는 교량적 정부다. 그런데 군사정부와 문민정부를 거쳐서 다리 걸어오는 길에 국민들이 되돌아가려고 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과감히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여권이 추구하는 통합신당은 어떤 정당인가. ▦뿌리는 국민이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옳지만 결과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이 분열됐고, 실생활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변화를 국민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범 여권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이른바 용광로 신당이다.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어서 녹이면 불순물은 슬러지로 뜨고 쇳물이 빠져 나오듯 범여권을 하나의 용광로 속에 담아내는 것이 ‘원칙있는 국민 신당’의 밑그림이다. -노 대통령과 신당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노 대통령도 억울할 것이다. 김대통 전 대통령께서 (노 대통령에 대해) 민주세력을 분열시키고 분당했다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만든 것 아니다. 그것은 열린우리당에 참여했던 정치인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 우여곡절속에서 보면 당시 이 정동영이 맨 선두에 섰던 사람이어서 무한책임을 진다. 분열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다만 당내 여러 지도자들과 말씀을 나눠보니 노 대통령께서 한 발 물러서 계시는 것이 좋겠다는 공통분모가 도출됐다. 그리고 당이 깨지는 것을 막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를 하고 힘있게 열고 신당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 이후의 당정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판단하실 문제다. [캠프, 누가 뛰나] 야전경험 풍부한 베테랑 대거 포진
전주고·서울대 동문 중심 폭넓은 브레인그룹 참여
‘경제’ 류근완·정갑영교수등 정책분야별 자문진도 탄탄
정동영 전 의장의 참모부대는 야전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로 짜여져 있다. 정 전 의장이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최고위원 선거에 뛰어든 이후부터 지난해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네번의 굵직한 선거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실전에 뛰어들었던 측근들이 정무분야에서 활동하고있다. 또 서울대 및 전주고 동문 등을 중심으로 폭 넓은 브레인그룹이 도움을 주고 있다. 대선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위치한 '나라비전연구소'다. 이사장은 경희대에서 경제학과 교수와 부총장을 지낸 박명광 의원이 맡고 있다. 또 정 전 의장과 서울대 72학번 동기이기도 한 권학만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연구소장 겸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 교수이자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인 송관호 건국대 교수도 이사다. 이재경 나라비전연구소 연구실장은 정무와 공보 업무를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로 정 전 의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있다. 각 정책분야별 자문진도 탄탄하다. 외교ㆍ안보분야는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담당하며 경제분야는 류근완 서울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교수가 커버하고 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와 김정기 제주교대 총장, 박종열 교수, 안병우 한신대 교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최상룡 전 주일대사, 황지우 한국종합예술학교 총장 등도 정 전 회장과 자주 접견하며 정책 보따리를 풀어내고 있다. 보좌그룹으로는 김동열 재정경제부 부총리 정책보좌관, 양기대 전 열린우리당 수석부대변인, 정기남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등이 포진해있다. 서울대 동문중에는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지용, 이호윤씨가 기획통으로 활약중이다. 이밖에도 최창환 이데일리 전 사장, 소설가 심상대씨 등이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원내에선 박명광, 강창일, 김낙순, 김현미, 박영선, 민병두, 우윤근, 전병헌, 정청래, 채수찬, 최규식 의원 등이 우군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