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적자금 회수 지지부진… 못하나 안하나

예보, 110조 투입해 49조만 거둬들여 회수율 40%대 답보<br>잇단 매각 차질 속 덩치만 자꾸 커져… 구조조정 소극 지적도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성적표부터 일단 초라하다.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우리나라 국민이 부실 금융회사 517곳에 쏟아 부은 혈세는 무려 110조9,000억원. 이 가운데 예보가 회수한 돈은 49조원(44.2%)이니 62조원이 남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무산되면서 예보의 공적자금 상환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정작 매각이 불발되면서 가장 큰 수혜자는 예금보험공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예보가 덩치를 자꾸 키우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공적자금 회수, 못 하나 안 하나=확실히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율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예금보험기금상환채권기금의 지난 6월 말 현재 회수율은 44.2%로 수개월째 40%대에서 답보 상태다.

예보는 기금을 통해 우리금융(56.97%) 외에도 수협(우선출자증권), 서울보증보험(93.85%), 대한생명(24.75%)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대한생명을 제외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체결해 분기별로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경영권도 행사한다.

하지만 매각이 지연되며 영향권을 행사하는 기간이 장기화하다 보니 나타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경영권을 쥔 예보가 책임문제를 피해 '관리'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정작 보유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보가 MOU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 힘들고 의사결정에도 사사건건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금융을 매각하면 예보 조직의 3분의1이 필요 없다는데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요인이 있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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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국내 최대 금융지주 '예보'=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 역시 타격을 입으면서 예보의 시장 영향력은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예보가 사실상 우리나라 최대 금융지주회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지난해부터 3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거치며 예보의 덩치는 비대해졌다. 예보는 부실저축은행으로부터 계약이전 받은 가교저축은행 예나래ㆍ예솔ㆍ예쓰 등을 인수했고 토마토2저축은행도 KR&C(옛 정리금융공사)를 통해 보유하게 됐다. 최근 솔로몬ㆍ한국ㆍ미래 등 3개 저축은행 매각에 성공했지만 그 결과 부산솔로몬ㆍ영남솔로몬ㆍ호남솔로몬ㆍ진흥ㆍ경기ㆍ스마일 등 6개 계열 저축은행과 매각에 실패한 한주저축은행을 추가로 떠안았다.

이달 초에는 그린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후 예보가 관리인을 선임하면서 결과적으로 예보는 생명보험사(대한생명)에 이어 손해보험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솔로몬저축은행 계열사인 솔로몬투자증권 등까지 고려하면 가히 금융지주, 은행, 지방은행, 생ㆍ손보, 증권, 캐피털 등 전 업권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 해외선박, 항공사, 외제차, 미술품 등도 보유해 금융 외 특수자산 보유량만도 7조6,000억원에 이른다.

예보는 순차적으로 관련 지분과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시장상황은 여의치 않다. 그 결과 지난 2003년 설치한 예금보험기금은 대규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겪으며 적자로 전환됐고 기금 보전을 위해 정치권만 바라보는 상태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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