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떠오르는 기회의 땅] 1-1. 차도르를 벗는 이슬람

중동의 관문 두바이. 아랍에미리트(UAE) 연방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이 곳은 중동의 홍콩 `홍바이`로도 불린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 사람들이 들고 있는 쇼핑주머니에 써 있는 `파인(PINE)`이라는 문구다. 바로 한국의 담배 `솔 `이다. 파인은 이미 이란, 이라크 시장을 선점했고 올해는 오만까지 진출할 예정이다. 두바이를 비롯, 아부다비, 쿠웨이트, 리야드 등 중동 어느 도시에서나 한국 상품 광고판과 한국 자동차들을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중동인 열에 아홉은 삼성, LG, 현대 등의 브랜드 중 하나를 인지하고 있을 정도다. ◇차도르를 벗는다 = 두바이에서 자동차로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30여분 달리면 해변가에 트레일러로 가득찬 300만여평 규모의 거대한 부지가 나온다. `제블알리(Jebel Ali) 프리존`이라고 불리는 물류단지로, 중동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이 곳을 통해 중동 전역과 아프리카 북부 지역으로 공급된다. 전세계 2,660개 기업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대모비스, 삼성, LG, 대우 등 한국기업 8곳도 이 곳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프라는 완벽하고 외국기업 어느 곳이나 서류 한 장이면 이 곳에 물류센터를 세울 수 있다. 또 소득세와 법인세가 없는 비관세 지역으로 100% 외국인 소유가 가능하다. 유럽까지 14일, 일본까지 20일, 동남아는 9일이면 배로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두바이 정부는 올해 제블알리와 비슷한 규모의 물류센터를 세울 계획으로 입주 업체들을 받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단순한 신앙국가에서 탈피 경제강국을 부르짖고 나선 것이다. 아직 산업집적단지는 형성되지 않았으나 석유고갈을 대비해 다양한 준비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두바이는 중동의 금융, 물류 허브로 거듭나고 있고 요르단, 레바논 등은 이라크 복구사업의 부산물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란도 개혁파가 등장하면서 제조업기반을 다지기 위한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아직 아랍국가 중에서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오만까지도 정유, 발전 사업 등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 오만 김의식 대사는 “지난 해부터 오만은 외국기업에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면서 외국 자본을 끌어 들이고 있다”면서 “한국기업의 많은 진출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심는다= “앞으로 중동시장에서 일본의 가전제품은 소니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LG 중동 수출의 책임을 맡았던 신문범 상무의 자신 있는 말이다. 삼성 휴대폰과 LG의 가전제품은 중동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 하면서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소니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제 히타치, 산요, 파나소닉 등은 중동지역에서 곧 퇴출될 운명에 처한 셈이다. 중동지역에서 한국상품의 성공은 공격적인 마케팅의 결과다. 하지만 여기에는 공경과 우애를 존중하는 아랍인들의 감성을 사로잡는 감성 마케팅이 자리잡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기업시민을 주창하면서 스포츠, 의학, 카니발 등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중동의 클럽팀을 후원하고 대회를 여는 축구 마케팅과 언청이 수술비 지원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LG는 또 모로코에서 한국 TV의 `골든 벨`과 비슷한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지원해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의 광고판도 명물로 등장했다. 두바이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두 개 다리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두바이의 국왕 이름을 딴 `알 막툼(Al Maktoum) 브리지`. 이 다리의 양쪽에는 수십 개의 삼성 브랜드의 광고가 눈에 걸려있다. 삼성전자가 연 150만달러를 제공한다는 약속으로 지난 4월 설치한 이 광고물은 이 곳의 명물이 된지 오래다. 가전제품 뿐 아니다. 현대, 기아 등 한국의 차들은 이미 지난 해 중동 시장을 10% 이상 점유하고 있다. 일본 차들의 틈새시장을 공략, 가격이나 디자인, 품질 등에서 모든 것을 인정 받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에서 현대 자동차 딜러로 일하고 있는 이삼 아부나바는 “한국차들은 이제 중동에서 명차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속도를 즐기는 아랍인들은 한국차를 새로운 선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아랍인들은 인샬라(신의 가호를) 외치면서 중동 땅을 뛰고 있는 한국인과 한국 상품들에게 `인샬라 코리아`로 답례하고 있다. 두바이 `LG디지털센터` 중동 딜러들에 `LG정신` 전파 `LG는 반드시 소니를 따라 잡는다.` 중동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LG브랜드. LG돌풍의 진앙지가 바로 두바이 `LG디지털 센터`다. 중동 최고의 금융ㆍ상업도시 두바이. 이 곳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세이크 자이드 로드(Sheikh Zayed Road)다. 세이크는 바로 두바이의 왕을 뜻하기 때문에 이 도로는 곧 `왕의 길`인 셈이다. 이 거리를 지나다 보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면서 곧바로 눈에 띄는 아담한 건물이 있다. 바로 LG디지털 센터다. 이 곳에 들어서면 에어컨, PDP, 모니터에서 에어컨, 전자레인지, 냉장고, 세탁기 등 대부분의 LG브랜드가 가득 차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방위각이 표시돼 있는 아랍인을 대상으로 만든 휴대폰이다. 사우디의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종교의식을 위해 특별히 고안해 낸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아랍인들의 주식인 케밥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도 선보이고 있다. 2층에 올라가면 100여석 규모의 자그마한 공연장이 있다. 이 곳은 아랍인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주변 학생들을 모아 영화를 상영하고, 교육장소로 제공돼기도 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비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 LG 디지털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현지 딜러(도매상)들의 교육이다. 중동지역 뿐 아니라 멀리 아프리카의 딜러들을 이 곳에 초청해 `LG정신`을 심어주고 잇다. 중동지역 유통망은 이들 딜러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들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만난 살림 알 와하이비는 “LG딜러로 부를 축적한 상인이 적지 않다”며 “자신도 열심히 LG제품을 팔아 부자가 되는 게 소망”이라고 밝혔다. LG 디지털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박수진 차장은 “현지 딜러들의 교육을 늘리면 그만 큼 매출이 늘어난다”면서 “올해도 보다 많은 딜러들을 초청해 LG정신을 심어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동행취재기 고속도 출몰 강도떼 뚫고 국내 수출역군들 비지땀 지난 2001년 9ㆍ11 테러이후 사라진 바그다드행 비행기는 2004년 새해에도 멈춰 있었다. 요르단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거리는 900km.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택시를 타는 것. 최근 들어 이라크 고속도로에 노상 강도 출몰이 잦아지면서 지난해 11월까지 편도 150달러 정도였던 택시비는 불과 한달새 300달러로 두배나 올랐다. 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고속도로에 언제 나타날지 모를 알리바바(노상강도). 전후 등장한 이라크의 알리바바들은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이상으로 달려와 택시를 가로막고 총을 겨누고 볼 일은 보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체의 수출 역군들은 한 달에도 두세번씩 이라크의 알리바바를 피해 치안부재의 바그다드로 진입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바그다드행 택시에 동승한 위성방송 수신기 생산업체 택산아이앤씨의 최준혁 과장과 동행했다. 이번 바그다드행이 세 번째인 최 과장은 “지난 달 초 노상강도를 만나 제품 샘플은 물론 가방까지 송두리째 뺏기는 봉변을 당했다”고 말한다. 새벽에 출발해 해진 후 도착한 바그다드 시내는 예상과 달리 무척이나 복잡했다. 도로에는 한국산 중고차들이 가득 차 있었고 현재 이라크에서 가전제품 판매 1ㆍ2위를 다투고 있는 LG전자ㆍ삼성전자의 입간판이 곳곳에 눈에 들어온다. 바그다드 시내 곳곳은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군의 교통통제 지역과 2~3km간격으로 늘어선 이라크 경찰의 검문으로 시내에 차들은 시속 40km 이상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길 옆 한켠에는 언뜻 보아도 1km 이상 늘어선 차량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세계 제2의 산유국 이라크의 시민들이 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이라크의 휘발유 값은 리터당 한화로 약 20원. 석유가 나지 않는 요르단에 갖다 팔면 10배 이상을 남길 수 있어 이라크 과도 정부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 시민들은 드럼통을 가지고 와 휘발유 사재기에 나선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대사관과 KOTRA, 그리고 현대건설 등 몇몇 법인만이 상주해 있었다. 이들은 공관원과 법인 직원들은 총기를 소지한 개인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출입을 하고 있었지만 테러의 공포에서 자유롭진 못한 모습이었다. 김규식 KOTRA바그다드 무역관장은 “최근 들어선 사람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밤 보다 낮에 테러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업무특성상 사무실에만 있을 수는 없지만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수선한 바그다드지만 경제활동은 활발한 모습이었다. 전후 위성방송수신기와 에어컨ㆍTV 수요는 지난해 보다 2배이상 증가했으며 최근 들어선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의 휴대폰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김 관장은 “이라크는 지금 1회용 주사기에서부터 발전소까지 모든 재화가 필요한 나라”라며 “수억달러에 달하는 전후 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류, 백색가전, 식기류 등 개인 생활용품 위주의 수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두바이(UAE) = 강창현기자,바그다드=한동수기자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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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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