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기부장관 부총리로 격상 2만弗시대 견인 '총대' 멨다

정책일원화·R&D예산 확대등 난제 첩첩 차세대 성장동력 '새기술' 창조해내야

정부가 과학기술정책을 강화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연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18일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켰지만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각 부처에 나뉘어 있는 각종 과학기술정책이 부처이기주의로 통합되지 않고 있고 민간 부문의 연구개발(R&D)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아울러 산학연 협력기반도 미약해 정부 예산 가운데 기술이전 예산은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에 의해 양적 성장을 추구하던 체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제는 과학기술이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기술혁신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한국 과학기술계의 열악한 상황은 원천기술과 핵심부품 개발을 취약하게 해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과 내수의 고리를 끊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과학기술부는 단순한 조직확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 분야의 근본적인 수준향상을 위해 엄청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요구다. 유희열 과학기술정책기획평가원 원장은 “각 부처가 수행해온 과학기술 관련 산업ㆍ인력ㆍ지역혁신정책 등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며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차세대 성장동력이나 부품ㆍ소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부의 격상은 한국경제가 먹고 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돼야 하며 금리ㆍ환율ㆍ재정 등 거시경제가 아닌 미시경제 위주로 경제를 운용해 혁신주도형 경제로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과학기술정책 강화에 다각적으로 노력해왔지만 우리나라의 국가 과학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 개발투자는 양적인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상당하게 따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적지않은 차이가 나고 확보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과학기술부의 격상으로 각 부처별ㆍ기관별로 산만하게 나눠져 있던 과학기술 자원의 선택과 집중에 충실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과학기술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과학기술 관련 행정조직 개편, 출연연구기관의 역할 재정립 등 제기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혁신본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자세를 취해왔는데 이제는 분명히 대답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혁신본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할 수도 있다. 최근 오명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이 연구개발(R&D)예산뿐만 아니라 기존 각 부처의 사업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과기부로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표면화하기도 했다. 혁신본부의 역할모델을 둘러싸고 옥상옥 형식의 기구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간 부문의 R&D 분야 육성에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민간기업 부문에서는 총연구개발비 절대액에서 선진국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다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연구개발비는 160억달러로 미국 2,846억달러, 일본 1,240억달러의 각각 18분의1, 8분의1에 불과했다. 정부 예산을 민간기업 부문의 R&D로 연결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ㆍ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연구비 배분은 25대75로 민간의 분야가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의 내부를 보면 극단적으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R&D투자의 양극화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좀먹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은 겨우 2.16%로 경쟁국인 미국의 3.80%(99년 기준), 일본의 3.06%(2002년), 독일의 3.50%(99년)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력 면에서 기업연구소의 연구인력은 국가 전체의 62.6%를 차지하고 있으나 고급인력인 박사급 연구원은 14.9%에 불과하다. 박사급 연구원들은 보다 자리가 보장되는 대학(72.1%)이나 공공연구기관(13.0%)에 안주하고 실제 실용화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현장은 회피하고 있다. 기업연구소의 박사급은 미국(40.3%)의 3분의1에 불과하다. 산ㆍ학ㆍ연 협력기반도 미약하다. 정부 R&D예산 중 기술이전예산은 1.1%(2002년)에 불과해 미국의 3%나 유럽의 15%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결과를 보면 기업ㆍ대학간 협력은 19위(2002년 기준), 기업간 협력은 27위에 머물렀다. 황용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R&D에 대한 정부의 민간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ㆍ학ㆍ연 파트너십이 아직 부족한 점이 문제"라며 "특히 경기침체를 핑계로 기술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말했다. 이 같은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과기부의 격상은 경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재정경제부, 교육 난제에 둘러싸여 허우적거리는 교육부처럼 정부조직의 자기확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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