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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3일 여야가 합의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에 대해 "위헌적이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선전주의적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꽂혀 속수무책으로 합의한 '졸렬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의 합의를 존중하고 법사위원장으로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국회의원 개인 자격으로는 정무위를 통과하고 여야 합의로 일부 수정된 법안 역시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위원장은 "정무위에서 1년6개월 동안 지지부진하다가 어쨌든 2월 국회 처리 약속을 지킨 건 다행"이라면서도 정무위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문제투성이 법안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론의 역풍이 두렵고 선거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정치적 논리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우 개탄스럽고 안타깝다"며 "선의의 피해 발생, 법치주의 위협, 민주주의의 생명인 언론의 자유 침해 등 엄청난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 자명하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영란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지만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지적했다.
당초 정부안에 비해 정무위에서 언론인 및 사립학교·유치원 교사까지 확대된 법 적용 대상에 대해 "원칙과 기준이 편의적·자의적인 치명적 규정"이라며 "그렇다면 사학재단 이사장이나 납품비리 의혹이 있는 대기업 관계자,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는 왜 뺐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사와 의사가 제외된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고 시민사회 단체를 대상에서 뺀 것 역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원칙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정청탁 행위유형 명시 규정에 대해서도 "법률가가 봐도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모호하고 불분명한데 일반 시민은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대인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사람들의 모든 관계가 겨울왕국처럼 얼어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겨울왕국은 주인공이 손만 대면 물체가 얼어붙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
이 위원장은 법이 적용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행법에는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공직자가 뇌물죄 적용을 받게 돼 있는데, 김영란법에 따르면 신고만 하면 처벌을 면하는 황당한 모순이 생긴다"며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조항 처리가 불발된 것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극약처방을 하겠다는 의지라면 정작 정치인들이 가장 예민할 수 있는 이 부분은 왜 뺐느냐"며 "괜히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핑계를 대지 말고 정무위에서 빨리 통과시켜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