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KEC의 대표노조가 금속노조 산하의 KEC지회가 아닌 복수노조제 시행 이후 신설된 노조인 KEC노동조합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기존 강성노조를 새 노조가 밀어내고 법원으로부터 대표 노조임을 인정 받은 첫 사례다.
앞서 KEC 사측은 지난해 7월 새 노조가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한 대표노조라는 확정 공고를 내자 이에 반발한 금속노조 KEC지회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KEC노조가 대표노조라는 지노위 판단에 불복한 KEC지회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에서도 기각을 당하자 곧바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노사 관계에 있어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한진중공업ㆍ도시철도 등의 사업장에 어떤 양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금속노조 산하의 기존 노조가 대표 노조로 있다. 현행 규정상 교섭 대표 지위 유지 기간은 사업장별로 정하도록 돼 있지만 1년간 대표 노조가 사용자와 단체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의 경우 7월 말까지 기존 노조가 단협 체결에 실패할 경우 20일가량 소요되는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 과반수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새 노조로 대표 노조가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노동계가 소수 노조의 교섭권 박탈을 이유로 노조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경영계는 복수노조 시행 이후 노사 관계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하고 있어 이들 간의 갈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신규 노조의 64.6%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분화된 노조였으며 신규 노조의 85.6%가 상급단체를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KEC 사례를 민노총은 위기의식을 자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치 투쟁에만 골몰해온 강성 노조 앞에 새로운 숙제가 던져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민노총 관계자는 “회사가 공공연히 개입해 만든 어용노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복수노조제가 노조 탄압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둔 노조가 교섭권을 지닌 대표노조로 인정 받는다. 과반수 이하의 조합원 수로 구성된 노조들만 공존할 경우에는 상이한 지분을 가지고 공동 교섭 대표단을 구성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