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업에는 부도가 있어도 아파트 입주 보장에는 부도가 없습니다.”
권오창(사진) 대한주택보증 사장은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보증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건설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은 업체가 부도나서 아파트 공사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아파트 공사를 완료 시켜 입주까지 책임져 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부도 사업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권 사장이 이 같은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것은 지난 수년간 다져진 내실 있는 경영 때문이다. 실제 대한주택보증은 권 사장 취임 이후 2년 연속 3,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으며 2004년 상반기 현재 1조7,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권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일부 아파트 사업장에서 부도가 났지만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분양보증을 받은 아파트 현장의 경우 분양 계약자들의 재산권은 안전하게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요즘 10층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을 매일 걸어서 오르내린다. 최근 초비상 경영을 선포해 전사적으로 에너지 등 각종 비용절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전직원이 5층 이하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도록 하는 등 불필요한 전기 사용을 금지했다. 그는 “사장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직원들이 따라 주겠습니까”라며 솔선 수범하는 최고경영자(CEO)의 덕목을 강조했다.
권 사장이 이처럼 내핍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부동산 경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사업장의 부도가 속출하고 이는 결국 보증기관의 부담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권 사장은 “매주 전국의 보증 대상 아파트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려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총 9개 업체 14개 사업장에서 부도가 발생, 대한주택보증이 사업 시행권을 일임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난 수치이지만 아직까지 ‘위험 수위’는 아니라는 게 권 사장의 진단이다.
권 사장은 하반기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부도 사업장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동안 진행한 비용절감 노력, 풍부하게 확보한 유동 자금 등 재무구조가 튼튼하기 때문에 경영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대한주택보증은 내실 경영 및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지난해까지 큰 폭의 이익을 냈다. ▦2002년 3,698억원 ▦2003년 3,574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으며 올 상반기는 1,23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업체들의 공제조합에서 출발해 지난 99년 주식회사로 재 출범한 대한주택보증은 자본금 규모가 1조4,486억원에서 3조2,320억원으로 늘었으며 유동성 역시 2002년 9,000억원, 2003년 1조5,000억원에서 2004년 상반기 현재 1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99년 이후 채권회수 특별계획을 수립해 1조1,137억원의 부실채권 회수에 힘쓰는 한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 합리화에 힘썼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인원 감축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그 동안 회사를 위해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을 내보내는 일이 가장 가슴 아팠다”며 “경영 합리화 과정에서 회사 구성원들의 고통이 많이 요구됐음에도 직원들이 큰 문제 제기 없이 회사의 사정을 이해하고 방침을 따라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 동안 대한주택보증은 비용절감과 국민의 정부의 ‘작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인원을 꾸준히 감축해 왔다. 99년 말 318명이었던 직원 수가 2003년 말 251명까지 줄었다. 권 사장은 “그러나 나간 직원이라도 적절한 업무가 있다면 계약직 등으로 다시 기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 십년 간 보증업무를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주택보증은 후(後) 분양제 도입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PF보증) 상품을 준비 중이다. 권 사장은 “사실 후 분양제가 실시되면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을 꺼려 공급량이 급감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대비해 대한주택보증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교부에서는 후 분양제를 대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과 관련한 입법을 준비 중이다. 후 분양제가 실시되면 사업비의 대부분을 대출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문제는 금융권에서 담보 없이 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경우 신용등급이 우수한 건설업체만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권 사장은 “그 동안 분양보증을 하면서 쌓은 사업성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시행자ㆍ금융권ㆍ대한주택보증 3자가 원-윈 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렇게 되면 건설업체들은 일정비율 수수료를 주고 보증에 가입하고 이를 근거로 금융권의 대출을 事?수 있게 된다. 금융권 역시 최악의 경우 아파트 사업이 부도가 난다 하더라도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대출금을 전액 보장 받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후 분양제 실시로 인한 공급 급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게 권 사장의 설명이다.
“대한주택보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뒷받침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종 보증상품 개발을 통해 안심하고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권 사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