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日의 신흥국 공략 맞서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악의 지진 피해로 일본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으나 동일본 지역 육ㆍ해ㆍ공 등의 간선 물류망이 지난 3월28일 기준으로 90% 복구됐다. 피해를 입은 일본 기업 공장들도 속속 복구되고 있어 제조 및 건설 현장 기술에 강한 일본 기업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일본 기업이 구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에 집중했던 부품 및 소재 부문의 제조 거점도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분산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일본 기업은 신흥국 시장 개척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기업의 이러한 저력과 신흥국 시장 재도전 전략을 우리 기업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중간소득층 '볼륨존' 집중 공세 일본 전자기업인 오쓰보 후미오(大坪文雄) 파나소닉 사장이 올해 초 신흥시장에서 선행하는 한국 기업을 추월할 수 있다고 발표해 한일 재역전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 사실 최근 일본 기업의 실적을 보면 엔고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에서의 호조에 힘입어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니의 경우 인도와 브라질 등의 신흥국에서 TV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 LCD TV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함께 1등 경쟁을 전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고 있다. 물론 일본 기업의 이러한 수익 회복세는 지진 피해로 단기적으로는 지속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기업이 최근 신흥국 시장에서 부분적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 기업은 수년 전부터 신흥국의 연간 가계소득 5,000~3,500만 달러에 달하는 중간소득계층을 볼륨존(Volume Zone)으로 정의하면서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일본 및 선진시장에서 개발한 제품을 앞세웠던 기존의 전략을 바꾸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볼륨존 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 기업은 좋은 기술을 가진 제품은 다소 비싸도 당연히 잘 팔릴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고해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흥시장에서 배우겠다며 자세를 바꿨다. 신흥국 현지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격을 절감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지 거점의 제조 기술을 제고해 현지 연구개발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대졸 신규 종업원의 채용에서 외국인을 우선하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현지에서의 창의를 활용해 이를 글로벌하게 활용하는 리버스 이노베이션 체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볼륨존은 선진국의 저소득층 시장에 속하기 때문에 이 시장의 개척은 일본 기업의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도 있으나 일부 일본 기업은 멀티브랜드 전략을 사용하는 한편 프리미엄 이미지가 볼륨존으로까지 침투하도록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기업의 볼륨존 전략은 단순히 신흥시장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볼륨존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전체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의 전략 전환에 따른 아시아 역내 분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신흥국의 볼륨존 시장을 놓칠 수도 없을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의 중간소득계층이 2009년 8억8,000명에서 오는 2020년 20억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볼륨존 시장은 향후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각 산업에서 기업의 위상을 결정하고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기반이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글로벌 비즈모델 구축을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매출 볼륨을 기반으로 ▦차세대 제품개발 ▦신제품 성장기의 고수익을 통한 투자 재원 확보 ▦쇠퇴기 제품 분야에서의 아웃소싱 등 글로벌한 프로덕트 라이프 사이클(Product Life Cycle)을 주도할 수가 있다. 또한 기반이 되는 신흥시장에서 우리가 이미 구축한 선행자로서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지 시장에서 조달 관계에 있는 협력 기업, 판매 유통기업, 현지 사회 등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이러한 네트워크가 하나의 강력한 생태계로서 연결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날로 높이고 경쟁자의 접근을 막는 힘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사의 핵심 승부 기술을 플랫폼으로 선정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해외거점과 외부 협력사의 경영능력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