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세계 곳곳 보호무역전쟁… 경제 회복 발목잡나

美-中 상호 고율관세 부과·반덤핑 조사등 대립 격화<br>프랑스·인도 '바이 로컬' 가세등 자국산업 보호 확산<br>작년 분쟁 28% 늘어… "올 세계 상품교역 10% 줄것"


금융위기 1년의 긴박한 순간들이 지나면서 '경제 피로'가 누적된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과 노동자 우선정책을 펼치면서 사사건건 충돌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전면적인 보호무역 색채를 띠지 않지만 단속적으로 이어지는 무역 갈등이 점차 빈번해지면서 자존심과 이해가 중층적으로 엮이는 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보호무역이 회복국면의 세계경제에 최대 복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이달 초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실업률 증가세가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WTO는 지난 2분기 무역 규모가 1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여전히 올해 전세계 상품 교역 규모가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한술 더 떠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무역 규모가 올해 최소 11%, 달러화를 기준으로 할 때는 20%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올 2분기 전세계 수출은 전년 대비 33.1% 감소했고 수입은 32.8% 줄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다. 세계 최대 소비국과 최대 수출국의 첨예한 대립은 이제 막 회복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한 전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제3차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겉으로만 자유무역을 외치지 말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자국 이기주의에 공염불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두 축(G2)인 미국과 중국은 G20(선진ㆍ신흥 20개국) 정상회담 등 국제 무대에서는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에 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일 원유ㆍ천연가스의 시추 및 운반에 사용되는 중국산 강관에 최고 31%의 수입관세를 매기는 등 평균 21.3%의 상계관세를 물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철강제품이 부적절한 정부 보조를 받아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타이어 관세를 놓고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중국은 13일 성명을 통해 "국내법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따라 일부 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 제품의 반덤핑, 반 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 백악관이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5%의 추가관세를 매기기로 방침을 확정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앞서 지난 11일 미 백악관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건의를 받아들여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5%의 추가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담을 불과 2주일 앞두고 나온 이 같은 조치는 전세계를 긴장시켰다. 갈등이 증폭될 것을 알면서도 백악관이 지난 2001년 중국의 WTO가입 조건으로 합의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라는 강수를 동원한 것은 미국인들의 실직에 대한 공포가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전미철강노조(USW)는 2004~2007년 사이 중국산 타이어의 수입이 3배 늘며 5,1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해 추가로 3,000명이 추가로 실직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무역분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 같은 정서는 노골적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정책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각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며 올해 초 철강 등 원자재 구매에 미국산 만을 쓰게 한 미국은 최근 연방 기관들이 관용차를 조달할 때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외 외국차량의 구매를 금비하는 법안을 추가로 통과시켰다. 전기자동차 개발 지원금 명목으로 20억 달러도 풀었다. 미국에 자극 받은 중국, 프랑스, 인도 등 다른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바이 로컬(Buy Local)' 정책에 가세했다. 프랑스는 자국 자동차 업체에 6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급하면서 자국산 부품 사용을 요구했고, 4조 위안의 경기 부양 자금을 푼 중국은 경기부양 프로젝트에 중국산 제품 및 서비스만 이용하고 국내 조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해외 조달을 허용하기로 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역시 보호주의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보호주의는 무역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WTO에 따르면 지난해 WTO에 제소된 회원국간 분쟁 건 수는 209건으로 한해 전에 비해 28%나 늘었다. 올 들어서는 분쟁이 늘었고 상대를 가리지 않는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인 채드 바운 브랜다이스대 경제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추가로 반덤핑 관세 조치를 도입한 국가는 지난해보다 12% 늘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중국은 무역 분쟁의 단골 손님이다. EU는 지난 1월 중국 나사제품에 대해 5년간 26.5~85%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7월말 EU를 WTO에 제소했다. 하지만 EU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내 기업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중국산 철강에 오는 10월부터 향후 5년간 최고 39.2%의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EU와 미국은 앞서 지난 6월 미국이 보크사이트, 코크스 등 희소 광물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다. 중국도 앉아만 있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이 닭고기 등 중국산 가금류 가공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연장하자 '차별적 호보주의 조치'라며 WTO에 소송을 냈다. 중국은 EU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알루미늄 차량용 바퀴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자고 밝히자 "EU가 33%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 자동차 제조사의 비용 상승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산 출판 및 영상물의 중국 내 판매를 완화해야 한다는 WTO의 결정에 대하 상소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전쟁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산 철강을 사들여 유럽지역에 판매하는 네덜란드 기업인은 "유럽의 보호주의 때문에 소비자들이 철강 제품을 더 비싼 값에 사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수출국들의 고민도 깊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보호주의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세가 히로유키 일본 경제산업성 심의관은 최근 "올 들어 보호무역주의의 전형적인 조치인 반덤핑 관세가 늘고 있다. 강력한 반덤핑 규제는 수출국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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