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1 스포츠산업 챌린저] <1> 이종구 버즈런 대표

"메이드 인 코리아 스노보드로 세계 정복"<br>착용 편한 와이어 바인딩 개발<br>중국산 저가 공세 이겨 내고 獨에 540만弗 수출등 성과



'피겨 여왕' 김연아, '마린보이' 박태환 등 스포츠 스타들이 전세계에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포츠 코리아'의 국경을 넓히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스포츠용품업체들은 돋보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꾼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화를 창조하는 국내 스포츠용품업체의 '작은 거인'들이 전하는 성공담을 차례로 싣는다. "스노보드 바인딩으로 천하통일을 이루겠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이종구 ㈜버즈런 대표(52ㆍ사진)는 호언장담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노보드를 만드는 업체인 버즈런은 지난해 11월 독일에 8만 5,000개의 스노보드 바인딩 수출 계약을 맺었다. 540만 달러 규모이며 단일 스포츠용품으로는 국내 최대 액수로 평가받는다. 1월에는 일본에 73만 5,000달러의 수출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스노보드 바인딩은 보드와 부츠를 연결하는 데 쓰이는 장비다. 세계 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 거의 장악하고 있다. 중국산과 비교하면 50% 가량 더 비싼 버즈런의 바인딩이 해외 수출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발상을 뒤엎은 아이디어 덕분이다. 기존의 바인딩은 부츠를 조이기 위해 벨트와 버클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벨트를 버클에 끼우고 조이는 과정을 거쳐야 해 착용 시간이 길고 불편하다. 또 벨트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어 부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비해 버즈런이 개발한 '파이튼 바인딩'은 와이어로 엮여 있어 버클과 벨트를 일일이 벗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부츠를 끼운 뒤 발 뒤꿈치 쪽의 레버를 올리면 레버와 연결된 와이어가 조여지면서 자동으로 부츠와 보드가 고정이 된다. 이 대표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마치 오토매틱 기어가 나온 것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버즈런은 이 기술과 관련한 국내 특허를 이미 획득해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에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 대표가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지난 2002년 '300만불 수출 탑'을 받았던 회사가 2006년부터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유럽ㆍ일본 등 수출 시장이 막히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직원들이 '사장님, 이 아이디어는 적용 불가능하다'며 모두 말렸다. 그래서 '해 보지도 않고 왜 안 되냐'고 내가 밀어부쳤다. 이익의 30%를 기술 개발에만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청년 시절 전자 공장에서 일하며 금형 제조, 플라스틱 사출을 해봤던 이 대표는 어려울 때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위기를 헤쳐나갔다. 1991년 회사를 설립한 뒤 생산한 제품이 안전성에 문제가 생겨 납품이 어려워졌을 때는 혼자서 이런 저런 시도를 다 해본 뒤 결국 해답을 찾아내기도 했다. 당연히 원기둥 모양으로 인식했던 홈의 형태를 B자 형태로 바꾸는 등 생각의 틀을 바꾸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됐다. 그는 "완전히 주저앉을 상황에서 집요하게 생각하니 묘수가 나왔다"며 "궁하면 통한다고 길이란 결국 찾으면 나오는 거라는 평생의 교훈을 얻게 됐다"고 회고했다. '벌이 낮게 날며 윙윙거린다'는 뜻의 버즈런은 현재 수출 30억 원을 포함해 연간 8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가량. 버즈런의 꿈은 세계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미국 스노보드 전문제조사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현재 버튼이 스노보드 시장의 법이다. 사람들은 버튼이 만들면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이 대표는 "유럽 시장 공략에 주력해 '메이드 인 코리아' 스노보드로 유럽 매장을 도배를 하는 게 내 꿈이다. 바인딩만큼은 3~4년 내에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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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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