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넘어 세계 항공업계에 판도변화 몰고 올 듯…
독과점 문제로 제동이 걸렸던 아메리칸항공(AA)과 US에어웨이의 합병이 승인돼 이르면 12월부터 세계 최대 항공사가 출범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치열한 가격 경쟁속에서 기존 항공사들이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저가항공사들은 약진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항공사는 지난 2월 합병을 선언했으나 법무부가 지난 8월 일부 공항에서 독과점이 형성돼 소비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며 반독점 규제소송을 제기해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법무부는 두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내 주요도시의 공항 이착륙 권한을 포기하는 조건을 담은 절충안을 만들어 이번에 합병을 승인했다. 빌베어 법무부 반독점 수석담당자는“두 항공사가 보유한 이착륙 권한을 타 항공사에 이양하면 가격 경쟁 여건이 유지돼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두 항공사는 기존에 각각 보유하고 있는 워싱턴DC 레이건 내셔널 공항 게이트의 약 15%, 뉴욕 라과디아 공항 게이트의 7%를 비롯해 보스턴, 시카고, LA, 댈러스, 마이애미 공항의 일부 게이트를 다른 항공사들에게 내놔야 한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북미를 넘어, 세계 항공업계의 판도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뉴 어메리칸 에어라인’간판을 달고 출범하는 합병 항공사는 직원 수 12만명에 비행기 보유대수만 1,522대로 매일 6,500편의 노선을 운행하는 세계 최대의 항공사로 올라서게 된다.
2000년 이후 호황기에 몸집을 불렸던 항공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료비 상승, 가격 경쟁 격화, 고정비 증가 등으로 경영난을 겪었다. ‘공룡’ 항공사들은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게 됐으며 그 시작은 2008년 미국의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이었다. 이후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의 오스트리아항공 인수, 2010년에는 미국 유나티이트 항공과 콘티넨털 항공의 합병, 영국항공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합병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아메리칸 에어라인도 2003년 이후 2006~2007년을 제외하고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2011년 결국 파산신청을 했으며 이번 합병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단숨에 1위 업체가 됨으로써 가격 결정력이 높아지고 과잉 투자를 줄이면서 수익성을 개선시킬 여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이번 합병으로 국내선 항공요금이 오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09년 이후 미 국내선 항공료는 약 15% 가량 상승했다.
거대항공사들의 탄생은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저가항공업계에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BS방송은 “거대 합병으로 인한 최대 승자는 다른 항공사들”이라고 논평했다. 후발 저가항공사들이 주요 도시 공항의 ‘황금’게이트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P는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스피릿에어라인과 엘리전트 항공과 같은 저가항공사들의 사업확장에 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전통 항공사들이 인수합병으로 생존전략을 짜는 동안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저가항공사들은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흥국 중산층이 그 성장기반이 되고 있다. 호주의 한 항공연구소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승객수송의 50% 이상을 저가항공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저가 항공사들이 기존의 거대 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급성장하고 있다”며 “급속한 사업확장에 주력하는 저가항공사들이 비행기 구입 등에 과잉투자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