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스와프 예금 수익 과세여부 놓고 법원 판결 갈려
법리공방 가열 될듯… 상급심 판단 주목
송주희 기자 ssong@sed.co.kr
엔화스와프 예금거래 중 선물환거래로 발생한 외화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 여부를 놓고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법원에는 선물환이익 과세 관련 유사 사건이 10건 이상 계류돼 있어 상급심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이 사안에 대한 법리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종필 부장판사)는 황모씨 등 8명이 서울 동작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황씨 등은 지난 2003∼2004년 신한은행과 엔화스와프 예금계약을 체결했다.
엔화스와프 예금은 고객이 엔화를 매입해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엔화 정기예금) 만기일에 일정한 선물환율에 엔화를 되팔아(선물환거래) 원금과 이익금을 원화로 돌려 받게 된다. 이때 엔화 정기예금 이자율은 연 0.25％ 전후이며 선물환거래 차익은 원화 기준 연 3％선으로 하기로 했다. 당시 소득세법에서는 예금이자를 이자소득으로 규정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환율차이로 발생하는 외환매매 이득은 과세 대상으로 정하지 않았다.
이에 은행은 이들이 얻은 수익 가운데 엔화 정기예금 이자에 대해서만 원천징수하고 선물환 차익에 대해서는 원천징수하지 않았는데 세무서는 이 역시 이자수익의 일종이라고 보고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이들은 `선물환 차익을 이자수익으로 보고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황씨 등과 은행 사이의 계약은 이와 상관없이 외환매매 수익이 비과세라는 점만 겨냥해 원화 예금 수익률과의 비교만을 토대로 선물환 수익률을 정한 것으로 만기시 환율변동으로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거나 더 큰 이익을 볼 여지도 없다"며 "사실상 원화 정기예금과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선물환 계약을 통해 얻어진 이익은 일반적인 예금이자와 유사한 소득이고 이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서 한국씨티은행이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유사한 소송에 대해 이 법원은 지난 22일 "엔화스와프 예금의 실질적인 내용이 원화 정기예금과 동일하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법률 규정이 없는 한 같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의환)는 "엔화 정기예금 이자는 소득세법상 이자소득에 해당하지만 선물환거래로 얻은 이익은 외환 매매이익으로 과세 대상이 아니며 이를 이자소득으로 봐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됐다"면서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은행이 어떤 형태의 금융계약을 체결할지는 효율성과 조세 등 비용을 고려해 스스로 선택할 사항"이라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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