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글로벌 비즈니스] TI 3년만에 '화려한 변신'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본사를 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사는 36개 지역에 제조설비를 갖추고 26개국 129개 지역에서 마케팅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다.TI는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면서 전자제품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DSP(디지털 신호처리기) 솔루션의 선도적인 공급업체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TI의 이같은 변신은 불과 3~4년만에 이루어 졌다. 지난 95년까지 11개의 사업영역을 운영하던 TI는 96년 6월 톰 엔지버스 회장 취임하면서 반도체·제어부품산업부·교육생산성솔루션·디지털이미징사업 등 4개 영역으로 사업을 재편한 것이 바로 그 것. TI는 사업구조조정에 힘입어 지난해 총매출 85억달러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74%로 높아졌고 세계 DSP 시장의 45%를 점유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95년 반도체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부가가치가 얼마만큼 높아졌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TI는 DSP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13개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아마티커뮤니케이션 등 10개회사를 인수하는 등 DSP와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SP와 관련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지속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고성능 DSP시장에서의 기술우위성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DSP시장에서 선두자리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TI의 이같은 전략은 이 회사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뒷받침하고 있다. TI의 모든 경영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분위기를 만드는데 초점이 맞추고 있다. TI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TI는 회사·주주·사원의 삼위일체론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이들을 공통적으로 만족시키고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가를 어느 일정선까지 올려 놓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임직원에 대해서는 스톡옵션이나 우리 사주 등을통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도록 해 회사의 이익이 곧 본인에게 환원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있다. 지난 96년 취임한 톰 엔지버스 회장은 취임 직후 40달러선에 머물고 있는 TI주가를 2000년까지 200달러선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TI에 투자한 주주들에대한 예우라는 것이다. 아울러 주가를 올리기 위한 피나는 노력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또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기업이 이익을 남겨야 하고 뼈를 깎는 아픔은 감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대변하듯 TI의 지난 3년은 그야말로 급변의 연속이었다. 지난 1930년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지질탐사업무로 출발한 TI는 58년 반도체집적회로(IC)를 개발한 뒤 반도체회사로 탈바꿈, 급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난 67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소형 전자계산기는 아직도 미국내 초·중·고·대학생들의 학습기자재로 사용되면서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TI도 엔지버스 회장의 공언대로 구조개혁에 나서 오늘날의 TI를 만든 밑거름이 된 방위산업부문 사업을 가장 먼저 매각했다. 또한 작년에 주력이었던 반도체의 메모리부문도 마이크론사에 넘기는 등 3년 동안 13개의 사업을 매각하고 10개 회사를 인수하는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이 모두는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한 결단이었다. TI는 또 「기술직 승진체계(TECHNICAL LADDER)」라는 독특한 인재양성 문화도 갖추고 고급 기술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혁신과 제품개발을 할 수 있는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인력이 연구에만 전념하고도 높은 직위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TI는 특히 전문 인력도 외부영입 대신 비전문가를 선발, 철저한 교육을 통해 TI맨으로 키운다. TI가 가치·성장·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최고의 반도체 전문회사가 되겠다는 장미및 플랜도 바로 이같은 기업문화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고진갑 기자 GO@SED.CO.KR

관련기사



고진갑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