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스터섬 석상이여, 말해다오 찬란했던 문명이 스러진 까닭을

■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영사 펴냄<br>환경파괴·위기 대처능력 저하등 원인 분석<br> 문명사회 붕괴史통해 인류 생존의 길 모색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무대 몬태나는 미국에서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히는 주 가운데 하나다. 허공을 가르는 낚시줄 뒤로 은빛 물결과 푸른 계곡이 담긴 이 영화의 포스터는 당시 거리에 나붙기가 무섭게 뜯겨져 나갔다. 영화 속 시대 배경인 1900년대 초만해도 풍요로웠던 몬태나는 옛 풍경을 점차 잃어가면서 지금은 미국의 가장 가난한 주 가운데 하나로 돌변했다. 유독성 폐기물, 기후 변화, 유해 외래종 유입으로 환경이 파괴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몬태나는 미국 본토에 있는 48개주 가운데 세번째로 넓은 지역이지만 현재 인구는 여섯번째로 적다. 한때 영화 속 최고 풍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웠던 지역이 이젠 예전의 영화를 추억 속에 떠올리며 환경오염과 씨름 해야 하는 지역으로 전락한 것이다. 17세기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이스터섬의 몰락은 몬태나주의 섬뜩한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 울창한 삼림 속에서 화려한 거석문화를 뽐냈던 이스터섬은 지금은 나무 한그루 찾기 힘든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다.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지만 대다수 학자들은 무자비한 삼림파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퓰리처 수상작인 ‘총, 균, 쇠’와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등의 저서로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미국 UCLA 교수는 새 저서에서 문명 사회 붕괴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총, 균, 쇠’가 유라시아인이 오늘날 인류 문명의 주도권을 쥔 배경을 다룬 책이었다면 속편 격인 ‘문명의 붕괴’는 파괴된 문명의 역사를 반추해 보며 위기에 봉착한 인류가 자멸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명을 붕괴로 이끌었을까. 다이아몬드는 이스터섬의 폴리네시아 문화에서 시작해 아나사지와 마야에서 꽃피웠던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 그린란드에서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 역사를 통해 문명의 붕괴의 뿌리를 들춰낸다. 저자는 이러한 문명이 몰락한 이유를 ▦환경파괴 ▦기후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 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 다섯가지 잣대로 들여다보고 있다. 마야의 붕괴 이유에 대해서도 다이아몬드의 생각은 분명하다. 환경파괴와 과잉 인구로 인한 분쟁이 이들을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의 붕괴는 환경파괴와 기후 변화, 원주민 이누이트족과의 적대적인 관계, 그린란드의 정치ㆍ경제적 토양의 취약함, 노르웨이의 지원 중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이아몬드의 발길은 현대 세계로까지 이어진다. 그는 초고속 외형 성장 속에서 세계의 폐기물 창고로 전락하고 있는 중국과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을 채굴해 결국 환경 위기를 맞고 있는 호주가 이스터섬의 불행한 운명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예측은 우리에게 각별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중국의 경작지 감소, 사막화, 빈발하는 인재(人災), 수질ㆍ대기 오염 등 각종 환경 문제가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문명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고 갈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의 원제는 ‘Colla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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