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명작 건축물' 만들자

세계적인 건축물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물려주는 것과 같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일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생각된다. 예술성이 뛰어난 건축물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년된 유럽 도시에 매료 최근 기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자들과 함께 스페인ㆍ포르투갈ㆍ모로코 등 3개국을 방문, 이들 나라의 건축문화를 돌아보았다. 이들 나라의 건축물을 접하면서 절로 감탄이 쏟아져 나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온전하게 보존된 것을 볼 때마다 우리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마냥 부러웠을 뿐이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의 페스(Fes)라는 도시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점도 특이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로 잘 알려진 이 도시는 이드리스 2세에 의해 지난 808년에 건설된 도시다. 한번 들어서면 다시는 들어간 곳으로 되돌아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복합한 미로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신도시와 같이 하나의 계획된 도시라 할 수 있다. 척박한 토지 위에 만들어진 이 도시는 천년이 넘었지만 옛 도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 골목마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우리의 신도시가 앞으로 1,000년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이 성행하는 우리의 형태로 보아 천년은 고사하고 반세기도 못 가서 도시형태가 완전히 바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사그라다파밀교회를 보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계적인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인 이 교회는 1882년에 건축하기 시작해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완공되기까지 200년이 넘을 것이라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탄생의 문 앞에 서 있는 예수탄생을 묘사한 조각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재 건축비는 관광객들의 입장료로 충당되고 있다고 한다. 건축물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쳤다.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나라지만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고 한다. 국가수익 중 상당 부분이 건축물과 관련된 관광수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조가 물려준 건축물 덕분에 후손들이 편하게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유럽의 선진 국가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5,000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건축물은 별로 없다.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자연적 환경요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외세의 침임과 한국전쟁 등으로 세계적인 건축물들이 대거 손실돼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대리석 등 돌을 주재료로 쓰는 유럽의 건축물과 달리 한국의 건축물은 목재이기 때문에 수명에 한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 과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현재 우리 건축물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7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많은 건축물을 세웠다. 양적으로는 엄청난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신통치 못했다. 전국 대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빌딩숲을 이루고 있지만 예술적으로 뛰어난 건물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건축문화 발전'에 힘 기울여야 옛 건물을 쉽게 허무는 경향도 고쳐야 한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은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새롭고 큰 것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술성이 우수한 건물을 방치하거나 아예 철거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정부는 앞으로 행정복합도시를 비롯해 기업도시, 혁신도시, 수도권 신도시 등을 대대적으로 착공할 모양이다. 이들 도시 모두가 최소한 200~300년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물 하나하나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붕어빵처럼 똑같은 형태의 건축물과 도시형태는 안된다. 싼 가격에 신속한 공정만을 내세우는 성과 위주의 건축물은 금물이다. 특색 있는 도시와 이에 걸맞은 건축물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우리도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나라다. 후손들이 편하게 살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명작의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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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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