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경환 국토연구원장

DTI 완화는 어렵지만 LTV 풀어 내집 마련 지원해야

선진국 LTV 70~80%지만 한국은 49%로 조절 여력 충분

'다주택자=임대공급자' 인식 전환… 종부세 등 차별 손질 필요

도시재생 위해 국공유지·민간기업 부동산 활용 유인책 마련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완화는 주택시장에 진입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을 지금보다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지만 LTV는 상향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경기도 평촌의 국토연구원 본원에서 만난 김경환(57·사진) 국토연구원장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LTV와 DTI에 대해 DTI보다는 LTV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LTV와 DTI는 부동산 규제완화가 이슈가 될 때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정책수단이다. 현재 LTV 한도는 지역별로는 수도권 50%, 지방 60%, 금융권역별로는 각각 은행 50%, 저축은행 60%, 상호금융 70%다. DTI의 경우 서울이 50%, 인천·경기도는 60%(지방은 없음) 수준이다. 이 중 DTI의 경우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지수인데다 현재 상한이 60%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더 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다만 운용 면에서의 개선방안은 논의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반면 LTV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낮은 수준인 만큼 이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국가별 평균 LTV를 살펴보면 프랑스 80%, 미국 75%, 독일이 74%인 반면 한국은 49.4%에 불과하다. 김 원장도 "은행과 제2금융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LTV가 서로 다른 부분은 맞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규제완화 목적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이 많이 거론되는 것과 달리 김 원장은 '주택시장 정상화'를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이 지나치게 가격동향에만 좌우돼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이 언급한 주택시장 정상화는 경제 상황과 맞물려 주택시장이 돌아갈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김 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과거 주택정책이 1가구 1주택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무주택자는 집을 살 능력이 없어서 못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능력이 있어도 집을 사지 않는 자발적 무주택자들이 늘고 있다"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생애최초주택 구입 대상자들을 향한 금융 혜택 등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은 지속하되 다주택 보유자들을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식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손질하는 규제완화책을 준비하고 있다. 주택시장 과열기 때는 다주택자들의 투기를 억제하는 방향이 적절했지만 현재와 같은 침체기에는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현재 1주택 보유자의 경우 9억원, 2주택 이상은 6억원으로 정해진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6억원으로 동일하게 유지하는 한편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주택청약제도도 손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 원장이 강조한 것처럼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원장이 가장 많이 할애한 부분은 '도시재생'이다. 김 원장은 "요즘 핵심적으로 연구역량을 모으고 있는 영역"이라며 "도시가 성숙단계에 이르면서 기존 개발 토지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을 통해 토지이용 패턴뿐만 아니라 문화 등 새로운 수요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격으로 공공 부문의 투자를 먼저 늘리는 한편 국공유지, 민간기업의 부동산을 도시재생에 활용한다든지 금융, 조세 인센티브, 규제완화 등 다양한 유인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 국토부는 낙후된 도심 지역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13곳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지정했다. 부산 동구 등 도시경제 기반형은 도시의 경제활력과 일자리 창출이 주된 목적이고 서울 종로구 등 근린재생형은 쇠퇴한 상업·주거 지역의 재생작업이 이뤄진다.

김 원장은 "경제학적으로 생각해보면 원도심과 신시가지의 관계는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도시재생은 경제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성공의 사례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저밀도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역발상으로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김 원장은 "만약 서울이 고밀도의 아파트를 짓지 않고 단독주택이나 빌라 위주로 이뤄졌다면 지금보다 서울에 살 수 있는 (인구의) 숫자가 적었을 것이고 집값도 훨씬 비쌌을 것"이라며 "고밀도로 (집을) 공급하지 않았다면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였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원장은 "1·2기 신도시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원거리 통근을 한다는 의미"라며 "에너지 소비와 오염물질 배출 문제 등 도시 공간적 측면이나 주거공급 측면으로 봤을 때도 도심을 고밀도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의 개발과 지방 발전이 서로 부딪힐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2004년 기업이전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충주·원주·무안 등 6개 지역을 기업도시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근접한 충주·원주 이외 지역의 추진속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3곳의 혁신도시 역시 자족기능을 결정짓는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률이 5월 말 기준 15.7%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경제기능을 지방으로 끌어오기 위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두 가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인구와 경제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 다른 지방의 발전이 저해된다는 제로섬(Zero Sum) 논리가 수도권이 도쿄·베이징·상하이 등 아시아 대도시권과 경쟁하는 오늘날의 개방경제에서도 유효한가입니다. 또 수도권 집중억제 문제와 지역발전의 문제를 분리해서 볼 수 있는가도 고민해볼 문제죠."

그는 이 같은 이슈는 경제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 원장은 교수 재직 당시에도 수도권이 지방과의 경쟁이 아닌 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대도시권과의 경쟁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 원장은 국토연의 연구가 "국민의 삶에 가장 직결된 일"이라고 자부했다. 국토라는 공간은 경제활동의 장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거, 환경, 도시 서비스, 여가 공간을 담아내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안전한 국토, 살기 좋은 국토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토연은 최근 대한민국 공간을 넘어서는 공간연구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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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통일 이후의 국토개발이다. 국토연에서는 통일 이후 인프라 부문에서만 20년간 약 25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경제적 효과는 비용의 2배 이상인 5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김 원장은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남북협력 단계에서부터 인프라 투자 협력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경우 1971년부터 1989년 사이 서독이 동독에 지원한 7조1,500억원 중 80% 이상이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개선 부문에 투입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서독 통일 이후 의도치 않은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발전 모델을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의 성공요인으로 반드시 꼽아야 할 요소 중 하나가 국토종합계획을 비롯한 국토, 지역 정책 및 계획입니다. 많은 개도국이 국토 및 지역, 도시 분야에서 정책경험과 계획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국토연은 2010년 25명의 연구진과 연간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글로벌개발협력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센터를 통해 개도국 초청연수 및 지식공유 사업, 정책자문, 계획 컨설팅 등을 추진하고 있다.

He is …

△1957년 서울 △1980년 서강대 경제학과 △1987년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1999년 서강대 경제학과 학과장 △2003년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방문교수 △2006년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2007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선임 비상임이사 △2012년 한국주택학회 회장 △2013년~ 국토연구원장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융합연구 강조

■ 김 원장은

권경원기자

김경환 국토연구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언급해 화제를 낳았다.

그는 "27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프리미어리그 최고 프로축구 구단으로 만들어놓고 은퇴한 명장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며 "다양한 전문 분야 지식과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융합적 연구의 기본 역시 공동체 의식"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스스로의 역할을 '정부와 학계 등 외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만드는 것'과 '융합연구의 틀을 강화하고 이끌어감으로써 국토 관련 정책 선도기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를 위해 실제로 취임 이후 융합 분야를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과제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앞으로는 '융합'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다른 관련 분야의 최신 정보를 공유해야 효과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맥락에서 국토연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대시장 분석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한편 교통안전 분야에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김 원장은 "빅데이터를 매개로 다른 연구본부들과 자연스러운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연구원 내에서의 융복합 연구, 학계나 다른 연구소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과의 협업에서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연구 마케팅'도 김 원장이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다.

김 원장은 "연구자들은 연구를 하는 데까지만 관심이 있고 그 결과를 어떻게 전달·활용할지에 대한 노력은 부족하다. 마케팅을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언어로 전달하는 데 익숙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궁극적인 정책 수혜자는 국민이기 때문에 연구성과를 잘 정리해 적절한 수준에서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토연은 최근 지식정보실을 신설해 연구원이 과거부터 축적한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한편 김 원장은 1957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를 거쳤다. 프린스턴대 재학 당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 지도교수 밑에서 함께 공부한 인연이 있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과 한국주택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올해 국토연구원장으로서 취임 2년차를 맞는다.



사진=이호재기자

대담=정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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