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복권의 탄생과 명암의 발자취

복권의 역사 데이비드 니버트 지음/ 필맥 펴냄 부유층이 떠 안아아 할 세금을 부당하게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떠넘기는 수단인가, 아니면 재정적으로 고통받는 개인이 한 순간에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인가 복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특히 지난해 12월 로또복권이 등장한 이후 우리 사회는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전에 없던 복권 몸살을 앓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없이 /나 내일 출근하지 않으면 복권에 당첨된줄 알라고.../하며 너도나도 일확천금의 꿈을 복권에 걸어본다. 대부분이 한바탕의 꿈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정말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은 수십~수백억원을 한순간에 손에 쥐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로또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더 낮다고 한다. 이 책 /복권의 역사(Hitting the Lottery Jackpot)/는 우선 복권이 언제 어떤 연유로 시작됐고 그후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돼 왔는지 살핀다. 저자인 미국 워튼버그대학 사회학과 교수 데이비드 니버트는 오늘날 가장 인기있는 복권인 로또복권은 복권 구매자들에게 당첨번호를 스스로 통제한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복권 판매수입을 늘리려던 미국의 주정부들이 고안하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지난 78년 미국의 뉴저지주가 60년대 뉴햄프셔 주에서 운영하던 전통적인 숫자 고르기 방식의 복권에 양간의 불법적인 요소를 결합해 잠재적인 시장 규모가 엄청난 이 시장을 처음 공략하기 시작했다는 것. 저자는 이 책에서 16세기 중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해 복권을 허용한 게 근대적 복권의 발단이며, 이후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이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대학 건립 등을 목적으로 활발하게 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16세기 이전에는 복권 또는 제비뽑기는 신성 모독이자 신의 섭리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근대적 복권이 등장한 이후 복권의 발행과 판매를 둘러싼 사기와 비리가 횡행하자 19세기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복권의 발행과 거래가 잇따라 금지됐다. 미국에서 복권 발행이 재개된 것은 그 뒤 오랜 세월이 지난 1960년대였고, 영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늦은 1990년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복권이 자본주의의 발전과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전개돼 왔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자본주의 초기에 복원이 도입된 것은 신흥 부르주아의 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였으며, 19세기에 들어와 20세기 내내 복권이 금지되거나 쇠퇴일로를 걸어 온 것은 은행을 비롯한 훨씬 우수한 금융자본이 발달함에 따라 민간 기업들이 더 이상 자금조달원으로 복권의 도움을 필요치 않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최근에 다시 교육, 보건,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엄청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해진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은 세금, 금융 등 기존의 자금조달원대신 복권을 새로운 공적자금 조달원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복권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서도 일침이 가해진다. 역자인 신기섭씨는 이 책의 보론에서 /한국에서는 복권을 정부가 발행해도 되는 것인지, 발행한다면 어떤 용도로 발행해야 하는 지 공개적으로 따져 본 적이 거의 없다. 빈부격차가 날로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복권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이 문제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찌됐건 현대 사회에서 복권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세히 파헤치고 있는 이 책은 복권 옹호론자이든 아니면 복권 비판론자이든 당첨에 대한 욕심을 접고 조용히 한번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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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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