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파업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와 운송업체 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대처마저 미흡해 물류대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 운송업체들은 운송료 인상 등 화물연대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고도 다시 물류대란에 직면하자 큰 불만을 표시하며 정부에 강경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따라서 물류 전문가들은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만큼 정부가 중재안을 마련해 이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대응`해달라=22일 오전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열린 부산항 비상수송대책회의에서 운송업체대표들은 최근 부산에서 실시한 컨테이너 부분 협상에서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내고도 발표문의 문구 조정때문에 최종 협상이 결렬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22차 교섭은 컨테이너 부분만 다뤘음에도 합의내용이 단체 협약이냐 단순 타결이냐 문제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컨테이너 운송업체들은 또 컨테이너와 상관없는 벌크ㆍ시멘트ㆍ트레일러(BCT) 때문에 운송료 인상 등의 조건을 수용하고도 이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회의 참석 대표들은 “이왕 절단 났다. 화물선을 부산항이 아닌 중국으로 돌리자. 기존 위수탁계약을 모두 해지하겠다”며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대응 미흡=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국가수출입 거점이 사실상 마비되는 물류대란이 재연됐지만 정부의 대처 수준은 여전히 미숙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21일 오전 총파업을 선언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지난 5월과 같은 사태의 재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고 화물연대는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 조합원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렇다 보니 비상수송대책도 `허술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전면 수송거부에 들어감에 따라 비 화물연대 차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자가용 화물차의 유료 운송허가를 통해 수송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화물연대 소속 컨테이너 화물차와 BCT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차량에서 각각 20~25%에 불과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수송차질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그러나 막상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수출선적과 수입원자재 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내륙시멘트 수송이 거의 중단되는 등 물류차질은 확산되고 있다.
◇중재안 마련 시급=정부는 현재 화물연대 소속 운전사들을 부두로 불러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가능한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화물연대 운전사들이 운송방해를 하지 않고 차를 세워 두는 현재의 투쟁 방법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을 뿐 아니라 관련법을 총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일시 영업정지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노동부는 컨테이너 부분의 경우 BCT와 분리 협상이 가능하고 잠정 합의까지 이끌어 냈기 때문에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반면, 해양수산부는 장기화 전망을 내놓고 있는 등 사태 추이에 대해 관련 부처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 정부 대책의 난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물류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건교부와 노동, 해양부 등 정부 부처들이 핑퐁게임을 벌이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졌다”며 “화물연대나 운송업체들도 더 이상 물러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중재안을 마련해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