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도 '예금금리+알파(α)'의 함정에 빠졌다. 대부분 가입자들은 시중금리 초과 수익만 제공하면 만족해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퇴직연금 자산의 93%는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안정적인 노후자금 마련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지만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투자자들은 원리금보장형이나 채권형 퇴직연금 상품에 매달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투자자들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기대수익이 크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고객유치 경쟁에 따라 손실을 보면서도 일반 예금금리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해왔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확정금리 상품 투자가 곧 예금금리 + 알파 수익을 창출하는 안전한 투자방법이라는 생각에 갇히게 됐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퇴직연금 확정금리도 하락하고 있고 금융기관들도 확정금리상품으로부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반예금과 퇴직연금용 예금의 수익률 차이를 줄여가고 있어 알파 수익이 그만큼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둘째, 퇴직연금 용어 자체도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상품을 원리금보장형 상품과 원리금비보장으로 구분한다.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위험자산'이라는 의미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원리금비보장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과 비보장으로 나누게 되면 투자자들이 안정과 위험이라는 이분법으로 상품을 재단하게 되고 적정한 수익률 창출을 위해 필수적인 투자형 자산의 편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셋째, 퇴직연금 가입 이후 관리가 중요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자산관리 서비스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자산의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적배당형 상품을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한다면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상품교체 활동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에 바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조정에 할애할 시간이 없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일부는 연금관리서비스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퇴직연금이 국민 노후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가입자 스스로의 인식전환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금융기관·기업이 합심해 퇴직연금 교육을 강화하고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투자교육을 회사 정규 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고 금융기관은 투자자들이 알기 쉽게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투자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