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기업 새 성장엔진 찾는다] '산·관·학 모델' 새로 쓴 日本기타큐슈

구성원간 공감대·유기적 협력이 '죽음의 도시' 를 '친환경 도시' 로

일본 규슈의 최북단에 위치한 기타큐슈. 인구가 100만명 남짓인 이 도시는 일본의 근대산업이 태동한 곳이다. 지난 1901년 야하타 제철소가 이곳에서 조업을 개시한 후 기타큐슈는 일본 4대 공업지대의 하나로 성장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재앙이 찾아왔다. 산업시설이 밀집하면서 심각한 공해가 발생한 것. 눈부신 풍광을 자랑하던 도카이만은 '죽음의 바다'로 전락했고 하늘은 희뿌연 공해물질로 뒤덮였다. 이후 기타큐슈는 산업시대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로 인식되며 사실상 버려졌다. 20년이 지난 1980년대. 기타큐슈 정부ㆍ산업계ㆍ학계가 기타큐슈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도시를 살려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산ㆍ관ㆍ학의 마법'에 시동을 건 것이다. 기타큐슈시는 우선 1988년 기타큐슈를 친환경적 자원재활용 기업들이 밀집한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이 담긴 '에코타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시는 곧이어 다양한 관계자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에코타운센터를 설립했다. 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신일본제철에서 분사한 재활용기업 KPR 등 20여개의 기업들은 기타큐슈기업협회(KICS)를 결성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을 만들었다. 학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근의 기타큐슈대학ㆍ후쿠오카대학 등은 재활용산업을 위한 기초 및 실증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시설을 설립하며 이론적인 뒷받침에 나섰다. 이 같은 산ㆍ관ㆍ학의 노력 끝에 지난 10년간 에코타운 건설을 위해 투자된 금액은 총 431억엔에 이른다. 중앙정부가 117억엔, 기타큐슈시가 62억엔을 투자했으며 나머지 70%가량은 민간자본의 몫이었다. 사업 초기부터 교육연구→실제검증→사업화라는 산ㆍ관ㆍ학 모델을 만들어낸 기타큐슈에 마침내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에코타운 프로젝트가 시작된 뒤 10여년 만에 '죽음의 바다'였던 도카이만은 100여종 이상의 어패류가 사는 바다로 되살아났고 '일곱 빛깔의 연기'라 불렸던 기타큐슈의 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다시 등장했다. 특히 기타큐슈의 산ㆍ관ㆍ학 협력은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재활용산업을 지역을 대표하는 친환경산업으로 육성한 사례로 전세계 도시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타큐슈의 실험이 성공한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에코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구성원들은 깨끗한 자연과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고 기업들은 에코타운 입주시 다양한 혜택을 받아 투자비용을 절감했으며 학계는 재활용 연구개발자금을 유치해 학교발전에 재투자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성공배경은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각 주체들 간 정서적ㆍ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실제 에코타운센터에서는 회로기판 업체의 입주를 결정하기 위해 무려 150여회의 공청회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진정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라면 시간이 아무리 걸리고 고된 작업이 반복되더라도 토론과 설득을 거듭했던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의 신성장동력 산업은 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급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면 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며 "기타큐슈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들에게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반드시 좋은 이익이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인식시켜야 산ㆍ관ㆍ학 협력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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