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소주를 마시는 자리에 가면 의례적으로 「그린소주」를 마신다. 그 이유는 그린소주의 부드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동진 그린 콘서트」라는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처음 정동진 그린 콘서트 출연을 요청받았을 때 새벽에 바닷가에서 노래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일출과 함께하는 무료 콘서트라는 점에서 흥미를 느낀 나는 출연을 결정했고 공연 전날 정동진으로 향했다.
콘서트 전날 스탭들과 함께 연습을 마치고 공연을 기다리면서 소주를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다음날 새벽에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바닷가의 정취와 공연에 대한 기대, 흥분 때문에 약간 과음을 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 모닥불 옆에서 기울이던 그린소주는 그 정취에 걸맞게 아주 부드러웠다. 또 공연을 앞두고 술을 마시는 나를 보며 노심초사하는 동료의 걱정과는 달리 공연을 맞는 새벽은 술 마신 다음날답지 않게 깨끗했다.
강원도의 맑은 물로 빚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 덕분인지 몰라도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나는 정동진을 떠올리면 그린소주, 그린소주하면 정동진 콘서트를 떠올릴 정도로 친숙해졌다.
이러한 개인적 인연 외에도 정동진 그린 콘서트를 주최하는 그린소주가 가수인 나에게는 남다른 친근감을 갖게 한다.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정성껏 준비해 매월 진행되는 대규모 콘서트는 항상 관객과 만날 기회를 찾는 가수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측면에서도 환영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후배들이나 동료들과 소주를 마실 기회가 생기면 『우리 이왕이면 그린소주 마시자』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