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럽 쪽으로 먼저 출시한 평판 프린터와 출시를 앞둔 디지털 PCB(인쇄회로기판), 라벨 프린터 등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는 2015년이면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고 소형 UV 프린터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30%로 1위 업체가 될 것이다." 산업용 프린터 업체 딜리의 최근수(54ㆍ사진) 대표이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ㆍ4분기 디지털 PCB 프린터를 출시하고 온라인 출력사업에도 진출한다. 또 내년 하반기면 디지털 라벨 프린터도 선보일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UV 프린터 시장에서 인쇄면적 2.6m(15만달러 이하)를 소형, 3.2m(50만~70만달러) 이상을 대형 프린터로 나눈다. 딜리는 이중 소형 UV 프린터 시장에 집중해왔다. UV(자외선) 프린터는 열이 아닌 자외선으로 출력소재에 뿌려진 잉크를 순간적으로 건조시키는 것이 차별점이다. 표면에 잉크가 들러붙는 시간이 짧으니 인쇄속도가 빠르다. 실제로 시간당 생산량이 기존 솔벤트 프린터의 2배에 달하는 30㎡이다. 또 종이ㆍ비닐ㆍ천ㆍ석재ㆍ목재ㆍ유리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소재에 인쇄 가능하다. 선명도도 솔벤트(300~600dpi)의 최고 4배가 넘는 1,440dpi까지 가능하고 기존 잉크의 휘발성 성분이 없어 작업장 환경도 쾌적해진다. 딜리는 지난 2006년부터 독일 아그파를 통해 OEM 방식으로 유럽ㆍ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독자적인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서의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딜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아그파는 파트너십 체결 이후 자발적으로 딜리 전체지분의 15%를 사들여 현재까지도 2대 주주로서 이를 유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사실 더 큰 업체에서도 제의가 들어왔지만 수출대금 결제 등 조건이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아그파에서는 우리의 모든 조건을 수용했고 지분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건은 제품을 선적하는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내에 대금을 결제 받고 선적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제품에 대한 모든 책임은 아그파가 지는 것. 올해는 중국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현지 대리점과의 계약을 통해 중국시장에 물건을 공급해왔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아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서는 직접 진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에는 멕시코에 추가로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연내 브라질로도 진출 계획 중이다. "딜리는 설립 때부터 미국ㆍ유럽 등 선진시장으로의 수출이 목표였다. 그런데 양쪽의 상황이 악화되고 그 다음 시장인 일본으로도 대지진 이후 겨우 1대 팔았다. 수출 비중이 기존 60%에서 40%로 축소됐다. 하지만 남미ㆍ아시아 등으로의 직접 판매가 30% 수준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다. 당초 제시했던 올해 매출 목표(400억원) 달성은 어렵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 10% 성장한 330억원 정도는 무난할 것이다." 해외 시장의 가능성에 대한 최 대표의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딜리는 내수 판매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신도리코로도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간 수출 위주로 전략을 짜왔지만 이제는 국내시장을 활성화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신도리코에 공급되는 OEM 물량은 한국시장으로만 판매된다.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아그파를 통해 이달에 출시한 평판 프린터는 무겁거나 두께가 두꺼운 소재에도 UV 인쇄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또 PCB 기판에 회로 패턴을 인쇄하는 PCB 프린터는 4ㆍ4분기에 출시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디지털 라벨 프린터도 개발이 막바지 단계다. 종이와 비닐 등 소재가 두루마리 형태로 말릴 수 있는 것에는 모두 인쇄가 가능한 제품이다. 거기에 출력물 코팅 기능을 추가하고 출력된 라벨을 자동으로 잘라내는 레이저 커팅기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외에 온라인 출력사업도 유명 문구체인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이미 사업부를 편성하고 홈페이지와 서버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공모가의 '반토막' 수준인 주가에 대해서는 "딜리가 아직 회사 규모가 작고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업체지만 수년째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회사의 보유현금 250억원과 수출 채권만 해도 이미 자산가치가 300억원을 훌쩍 넘긴다. 개인적으로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연구인력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도권이기는 하지만 동두천에 본사가 있는 탓인지 연구인력 채용이 정말 어려워 소재ㆍ제품 연구개발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 차원의 박사급 연구인력 채용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