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세높던 美달러貨 고개숙이나

기세높던 美달러貨 고개숙이나 10년호황 마감 우려-일부선 '폭락' 전망도 지난 90년대 중반 이래 국제 통화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미 달러화가 조금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10년 호황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달러화 가치가 유로 등 다른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부에선 달러화가 단시일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중 1유로당 0.82달러대를 기록하던 달러화는 최근 미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유로화에 밀려 주저앉기 시작했다. 유로 대비 달러화 가치는 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0.8920달러를 기록, 약 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0일동안 약 5%의 가치 절하가 일어난 것이다.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전날보다 0.74달러 하락한 110.38엔에 거래됐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7일 많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향후 수개월간의 달러화 가치 하락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이제는 완만한 하락이냐 급작스런 폭락이냐가 문제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악의 경우 달러 약세가 미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부추겨, 더 큰 폭의 통화가치 하락과 경기의 경착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한스 팀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달러화가 이처럼 약세로 돌아선 것은 미 경기 둔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얼마 전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중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자 달러 하락세는 한층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미 금리가 떨어지는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 압력 해소를 위해 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차를 노리고 미국으로 몰렸던 국제 자금이 유로권으로 방향을 틀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달러 약세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유로화가 최근 강세로 급반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지난 99년 출범 당시보다 24%나 절하된 상태고, 유로권 경제도 안정된 성장 기반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보다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일본의 엔화에 대해선 달러화가 상승까지는 아니어도 현상 유지는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지배적인 4분위기는 달러화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외환 애널리스트는 "국제 외환시장의 기조가 최근 들어 분명히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한 외환전문가는 달러화가 최근 달러화가 지나치게 급락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내년 1ㆍ4분기에는 달러화가 유로당 0.95달러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달러와 엔화가 경기에 대한 부담을 똑같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가 엔화에 대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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