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서브프라임 악령에 "이머징마켓 강추위"

'서브프라임' 부실 3,000억弗 잠복 예상<br>전문가들 내년 미국 경기 하향 조정 잇따라<br>금리인하 전망도 단기국채 선호 부추겨



지난 몇 년간 고수익을 노리며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던 핫머니들이 갑자기 안전자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폭풍 경보라도 울린 듯 피난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기자금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평균 수익률 이상의 짭짤한 초과수익을 얻어왔던 이머징 마켓도 버리고, 자산담보부 채권도 팔아치우고, 황망하게 안전자산을 좇고 있다. 최근 해당국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수익률 하락에 직면한 투자자금들이 대기성 자금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fears)’가 엄습해 투자자들이 점점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미국 국채나 엔화 채권 등 안전자산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세계 경제가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전세계 투자자금을 피난처로 빠르게 이동케 한 금융시장의 예보는 미국의 내년도 경기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미국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저성장 가능성을 예고했고 점점 더 많은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의 리세션(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가중시킨 미국의 모기지 부실 위협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으며 앞으로 3,000억달러가량의 부실이 더 숨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는 두려움에 쫓겨 밀려온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 가격이 치솟고 수익률이 급락하는 일종의 패닉 현상이 빚어졌다. 2년물과 10년물 등 장단기 채권 간의 수익률 격차도 더 벌어졌는데 이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FRB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다음달 세번째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투자자들의 단기물 선호를 부추겼다. 초단기물인 4주물 미국 국채의 수익률은 지난 일주일간 0.48%포인트 떨어진 3.35%를 기록하고 3개월 국채도 0.33%포인트 하락한 3.08%를 나타냈다. 뉴욕 채권시장의 트레이더들이 다음주에 회계연도 종료(11월)를 앞두고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안전자산 쪽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글로벌 자금이 빠져 나가는 이머징 마켓에서는 해당국의 채권 가산금리(스프레드)가 급등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EMBI지수 기준으로 달러표시 이머징 마켓의 채권 가산금리는 21일 현재 0.09%포인트 올라 2005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2.56%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의 2027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0.25%포인트 뛰어 9.44%에 마감했다. 아르헨티나 채권도 리스크 프리미엄이 8월 이후 다시 최고치로 뛰어올라 5년물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수수료율이 20bp 오른 5.25%포인트를 기록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이머징 마켓에서 탈출해 엔화 자산을 취득하려는 국제 자금의 움직임이 늘면서 엔화 환율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엔화의 주요 투자처였던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하 움직임과 맞물려 연내 달러 값이 유로화에 대해 1.50달러까지 추락하고 엔화에 대해서도 107엔까지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기를 위축시키고 해당국의 주식시장에 타격을 줌으로써 국제 투자자본의 대탈출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을 부추긴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채권전략가 매튜 무어는 “마치 댐이 무너지듯이 현재 금융시장에는 그 밖의 다른 자산을 모두 팔아서라도 미국 국채를 사려는 충동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다행인 것은 투자기관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곧 마무리될 것이므로 이 추세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신용경색 위기 가능성이 잠복해 있는 한 분기 또는 일년 중에 언제든 이런 유형의 금융시장 불안이 재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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