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장이 국내 금융회사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충격은 현재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앞으로 사태가 확산되면 손실폭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0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미국 서브프라임 채권에 투자한 국내 시중은행은 우리ㆍ농협ㆍ외환ㆍ신한ㆍ산업은행 등 5곳으로 지난 6월 말 현재 투자규모는 6억8,000만달러, 가격하락에 따른 평가손실 규모는 전체의 5.3%인 3,60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서브프라임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 투자 건수가 총 33건에 금액으로는 4억9,000만달러에 달해 국내 은행 투자금액의 72%를 차지한다. 7월 말 현재 평가금액은 4억4,400만달러로 10%가량 평가손실을 봤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ㆍ유럽ㆍ일본의 은행과 달리 우리는 레버리지를 일으킨 경우가 아니어서 환매요청이 많지 않다”며 “일단 보유하면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손실규모는 크지 않지만 채권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평가손 규모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도 서브프라임 부실이 국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세계 경제가 넘쳐나는 유동성 ‘잔치’ 속에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만큼 서브프라임발(發) 조정 강도에 대해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세계 시장의 심리적 쇼크가 확산될 경우 한국 시장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9일 국제금융센터에서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 주재로 재경부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 등 관련 당국 실무자들을 소집, 긴급점검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허경욱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얼마나 있는지,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이 얼마나 클 것인지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다행히 첫번째 관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에 크게 물려 있는 게 없어 그 영향은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이 없고 서브프라임 우려로 엔캐리가 풀리면서 엔ㆍ원 환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국장은 다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지금까지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있었기 때문에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다”며 “이는 상당 규모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만큼 두번째 관점에서 시장의 심리적 충격 부분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행히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서브프라임의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한 상황에서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높였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세계 시장이 심리적 패닉 상태까지 갈 가능성은 지극히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