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즈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크리스티나 안씨는 연봉이 6만달러 수준이다. 그는 이중 20%를 401K 퇴직연금에 붓는다. 뮤추얼펀드 투자전문회사를 자산운용사로 이용하고 있고, 3개월마다 자산운용회사가 보내주는 수익률과 포트폴리오 구성현황을 살피면서 퇴직연금을 관리한다. 주식형ㆍ채권형ㆍ혼합형 등에 대한 자산편입 비중만 선정해 주면 매수ㆍ매도 등 실제운영은 관리회사가 알아서 처리한다. 401K가 미국 주식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뮤추얼펀드로 들어가 간접투자시장을 육성하고 있는 메커니즘이다. 흔히들 미국을 ‘뮤추얼펀드의 천국’이라고 일컫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국민의 절반 가량인 9,000만명이 뮤추얼펀드에 가입돼 있다. 퇴직연금이 펀드로 유입되면서 1990년 1조달러에 불과했던 뮤추얼펀드 규모는 현재 8조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이중 주식형펀드가 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401K 자금 가운데 뮤추얼펀드로 유입된 금액은 1994년 1,80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에는 1조8,000억달러로 10배 가량 급증했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뮤추얼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 6.8%에서 지난해 19.5%로 3배 가량 높아졌다. 펀드 수탁고의 대부분이 채권형에 집중되고 주식형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투자기간도 긴 것이 특징이다. 주식형 뮤추얼펀드 가입자 가운데 투자기간이 6년을 넘는 경우가 70%에 이르고 10년 이상도 40%를 넘는다. 컴퓨터 앞에서 데이 트레이딩을 하고 정보를 수집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다. 미국 간접투자시장의 성장 뒤에는 숨은 주역 401K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