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이달 들어 유럽 자산관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은행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의 초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대출과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3년 안에 유럽 내 자산가 대상 대출 규모를 50억달러까지 키우는 게 "한때 월가의 순종 IB였던" 골드만삭스의 목표라고 FT는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UBS처럼 시장을 선점한 유럽계 은행들에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글로벌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증권·원자재 거래를 비롯한 투자금융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들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와 꾸준한 수익이 강점인 자산관리 부문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라이벌 IB인 모건스탠리도 글로벌 자산관리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다.
신흥부자들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은행들이 자산관리 사업에 열을 올리는 곳이다. 미국과 유럽 금융사들은 홍콩·싱가포르·도쿄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올해 5월 기준 씨티그룹의 아태 지역 자산관리 규모는 연간 10% 불어난 2,510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자산관리시장의 선두주자는 자산규모 2조550억달러를 자랑하는 스위스계 UBS라고 시장조사기관인 PAM인사이트는 소개했다. 이 기관은 "스위스와 미국 은행들이 상위권에 포진한 반면 HSBC·바클레이스 등 영국 은행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FT는 전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이 급증하는 점도 자산관리 사업이 호황을 누리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세계 금융자산은 전년 대비 14.6% 늘어난 152조달러에 달했으며 이에 따라 자산관리 회사들의 운용자산도 11% 늘었다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집계했다.